'아파르트헤이트' 종식 25주년 남아공 오늘 총선…정권 향배는
집권 ANC 다수당 유지 관측 속 제1야당 DA·좌파 성향 EFF 도전장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가 종식된 지 25주년을 맞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8일(이하 현지시간) 총선이 실시된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폐지 이래 6번째인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드느냐다.
현지에서는 ANC가 이번에도 의회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득표율은 5년 전 총선(62%) 대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최근에는 ANC가 지지율 50%를 간신히 넘긴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ANC는 불세출의 정치 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몸담았던 정당으로, 1994년 그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1948년부터 반 세기가량 지속한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이끌었다.
이후 25년간 장기 집권해왔지만 최근 들어 실업률이 25%에 이르는 심각한 경제난과 국가 전반에 퍼진 광범위한 부패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민심 이반의 위기에 직면했다.
작년 2월 무기 거래 관련 뇌물수수, 돈세탁 등 각종 비리 스캔들로 제이컵 주마 당시 대통령이 사퇴한 뒤 시릴 라마포사가 정권을 잡았으나 국민적 신임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한 상황이다.
ANC의 아성을 위협할 주요 경쟁 상대로는 제1야당인 민주동맹(DA)과 좌파 성향 정당 경제자유전사(EFF) 등이 거론된다.
DA는 백인 정당으로 인식되면서 흑인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이지만 최근 적극적인 반(反)부패 활동을 통해 ANC의 약점을 공략하며 지지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 정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의 지지를 얻어 ANC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체 유권자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젊은 층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EFF도 이번 선거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EFF는 줄리어스 말레마가 6년 전 ANC를 탈당한 뒤 설립한 당이다.
남아공의 한 정치평론가는 7일 AP통신에 "이번 선거는 남아공에 매우 중요하다. 국민은 누군가가 이 혼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은 더는 ANC를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만난 많은 사람은 아직도 어디에 투표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백인과 흑인 간 심각한 토지 소유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ANC가 약속한 백인 토지 무상 몰수 정책의 향배도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을 강행하려면 헌법을 고쳐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전체 67%의 의석이 필요하다. 현 판세로는 이 정책에 찬성하는 EFF 등과의 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남아공에선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된 이후에도 인구의 약 9% 비중인 백인이 경작 가능한 토지의 73%를 소유하고 있어 흑인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이번 총선의 유권자 수는 남아공 전체 국민 5천700만명의 절반가량인 2천676만명이다.
투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전국 2만8천여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되며, 최종 결과는 이르면 이틀 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총선에는 ANC, DA, EFF 등 이른바 '빅3'를 비롯해 총 48개 정당이 출사표를 던졌다.
완전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남아공에선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그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진다. 또 최다 득표를 한 정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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