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명 탄 러시아機 '낙뢰' 맞고 비상착륙중 불…사망 41명(종합2보)
"비상착륙 중 부서진 랜딩기어 파편, 엔진에 날아들어 화재"
부상자도 11명…"기내 수화물 칸 짐 내리려 통로 막아 탈출 지연"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정은 전성훈 기자 = 승객과 승무원 78명이 탄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가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기체에 화재가 나 4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고기가 이륙 직후 낙뢰를 맞은 것으로 전하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소속 '수호이 슈퍼 제트 100' 여객기가 5일(현지시간) 오후 6시 2분께 북부 도시 무르만스크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 북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이륙했다가 28분 뒤 회항을 결정했다.
여객기는 이륙 후 모스크바 인근 상공을 몇 차례 선회 비행하다 급격히 고도를 낮춘 뒤 비상착륙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는 너무 빠른 하강 속도 때문에 두 번의 시도 끝에 착륙에 겨우 성공했으나 이 과정에서 기체 뒷부분이 화염에 휩싸였다.
사고기에는 승객 73명과 승무원 5명이 타고 있었다.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러시아 수사위원회 대변인은 자국 언론에 "승객 40명과 승무원 1명 등 4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에는 최소 2명의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부상자도 현재까지 11명으로 집계됐다.
한 소식통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일부 승객이 공황 상태에서 기내 수화물 칸에 있던 짐을 찾으려고 통로를 막아 여객기 뒤편 승객들의 탈출이 지연됐고 결국 그들이 불 속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여객기의 긴급 회항 이유와 및 화재 원인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지에선 이 여객기가 낙뢰를 맞은 뒤 회항 및 비상착륙하다 불이 났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타스 통신은 재난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기체에 번개가 떨어진 게 사고 원인이며 이후 기장이 회항과 비상착륙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주요 사고 원인은 기체에 떨어진 번개다. 그 후 전자장치가 고장났다"면서 "승무원도 번개 타격을 확인했다"고 타스 통신에 말했다.
소식통은 또 "착륙과정에 기체가 두 차례 활주로와 부딪혔다"고 부연했다.
비상착륙과 화염으로 기체 뒷부분은 완전히 불타 녹아내렸다.
한 소식통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여객기가 벼락을 맞은 뒤 관제소와의 교신이 끊겼으며 전자장치도 고장났다"면서 "기장이 연료를 다 소진하지 못하고 착륙 중량 초과 상태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하면서 활주로 중간 지점에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착륙 기어가 지상과 충돌하며 부서졌고 그 파편이 엔진으로 날아들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아에로플로트 측도 "여객기가 공항에 착륙하면서 비행기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착륙 시점이 아니라 이륙 직후 화재가 발생했다는 일부 보도도 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재난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륙 과정에서 기체 배선 계통에서 발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수호이 슈퍼 제트 100은 소비에트연방 해체 이후 러시아에서 개발된 첫 민간 항공기로 2011년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AFP통신은 이 기종이 러시아 항공산업의 '자부심'으로 평가되며,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 항공기 개발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추진했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기술적 하자 등이 보고되면서 판매 실적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2012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45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여객기는 2017년부터 운항을 시작했으며, 지난달 기체 점검을 받았다고 타스 통신이 항공당국을 인용해 전했다. 이 여객기의 기장은 1천400시간의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번 사고 희생자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철저한 원인 규명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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