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착취한 죄질 나쁘지만…상당 금액 변상·피해자 측과 합의"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17년간 지적 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한 부부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광주고법 형사1부(김태호 고법판사)는 지적 장애인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한 혐의(영리유인 등)로 구속기소 된 한모(62)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부인 공모(54)씨 역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씨 부부는 17년 넘게 피해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일을 시켰으며 장애인인 피해자의 장애연금 일부를 횡령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항소심에서 일부 죄명이 변경됐고 피해자에게 의식주와 병원치료를 제공하고 외식, 여행을 함께하는 등 보호관찰소 조사에서도 피해자를 일정 부분 가족으로 인식한 것으로 판단된 점, 피해자 측에 공탁금 6천700만원과 1억3천만원을 추가 지급해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씨 부부는 지적장애 2급인 박모(47)씨를 데려와 2000년 봄부터 2017년 12월까지 전남 고흥군 자신의 농장에서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1심에서 노동력착취 유인(2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등 혐의로 부부를 기소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영리 유인(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등 혐의로 죄명을 변경했다.
박씨는 신안 염전에서 일하다가 공씨 어머니에게 유인돼 고흥으로 왔다.
한씨는 호적이 없던 박씨에게 자신과 같은 성씨로 호적 신고를 새로 했다.
한씨 부부는 신안에서 학대를 당했다는 박씨에게 식사와 병원치료를 제공했지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농기계 보관창고를 개조한 방에서 살게 하며 벼 건조와 유자 수확 등 일을 시켰다.
노동청에서 산정한 금액만 임금 1억8천여만원과 퇴직금 2천400여만원이다.
2010년부터 박씨에게 지급된 장애인연금 등 5천800여만원을 입금받아 보관하다가 1천700여만원을 인출해 사용하기도 했다.
한씨는 집에 들어오지 않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씨를 나무막대기로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의 사정은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의해 알려졌으며 2017년 12월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지적장애가 있던 어머니와 집을 나섰다가 1993년 실종됐던 박씨는 2017년 11월 유일한 혈육인 친누나가 재차 실종신고를 하고 수사 기관도 박씨의 가족을 수소문하면서 다시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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