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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어린이날 생각해보는 아동 인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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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어린이날 생각해보는 아동 인권 보장

(서울=연합뉴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많은 어린이가 즐거운 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아동 인권이 제대로 보호받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전히 어린이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부모와 어린이집 교사 등에 의해 아동학대, 아동폭력이 벌어진다. 최근에도 12세 여중생이 친어머니의 방조하에 의붓아버지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일어났다. 많은 어린이가 빈곤, 영양부족에 시달린다. 기본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도 맘껏 뛰어놀지 못하고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우리 사회가 학교 밖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자녀들까지 세심하게 보살핀다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아동 인권의 출발은 법적인 보호이다. 일단 공적으로 등록이 돼야 생계나 교육,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다. 시민단체 모임인 한국 비영리단체(NPO) 연대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출생 신고 되지 않은 채 발견되는 아동이 200~300명에 이른다. 이들은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 학교에 입학할 수 없고, 학대나 영아매매 같은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동들도 있다. 1989년 통과된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출생 즉시 공적으로 등록돼야 하고, 이름과 국적을 가지며,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 국회는 1991년 이 협약을 비준했다. 비준국으로서 모든 아동의 출생이 공적으로 등록되도록 정부와 국회가 출생 신고 관련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국내 체류 난민신청자나 난민의 자녀는 출생 신고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생계나 의료, 보육, 교육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부모가 정치적, 종교적 이유 등으로 조국을 떠나온 사람들이니만큼 사실상 부모의 국적국 재외공관에서 출생 신고를 하기 어렵다. 한국 국적으로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없으니 무국적자가 될 수밖에 없다. 난민 신청 결과가 나오는 데 몇 년이 걸리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난민신청자의 자녀들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 기간 신분적인 보호를 받도록 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에 의해 기본적인 복지 혜택은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현재 사회적으로 논의가 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적이나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 사실과 신분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경기도의회는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도내에서 출생한 이주 아동의 출생 등록과 의무교육, 의료 지원을 보장하는 내용의 조례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난민 반대 단체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불법체류자의 자녀는 물론 그 부모까지 신분을 합법화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의회가 현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니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원칙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관련 법을 제·개정하여 비준국의 의무를 이행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는 9월 우리나라는 출생 미신고 아동, 난민 자녀 문제 등을 포함해서 아동의 인권 보호 실태에 관해 유엔 심의를 받는다. 2011년 3차 심의 이후 8년 만이다. 유엔 심의를 계기로 국내 아동 인권 실태를 점검하고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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