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4·27 감동의 '도보다리' 개방…한반도평화 여정 계속돼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걸었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도보다리가 1일부터 민간인에게 개방됐다. 남북 정상은 지난해 4월 27일 회담 때 이 다리를 함께 걸었고, 다리 위 원형 탁자에 마주 앉아 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지저귀는 새 소리, 살랑대는 봄바람, 화사한 햇살 속의 편안한 두 정상 모습은 가까이 다가온 한반도평화를 느끼게 했다. 비록 JSA 남측 지역만 개방됐지만, 판문점을 견학하는 내외국인은 평화의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7일에는 비무장지대(DMZ) 권역을 연결하는 평화·안보 둘레길인 '평화의 길' 중 강원도 고성 구간이 분단 후 처음으로 민간에게 개방됐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누그러졌음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도보다리와 DMZ 둘레길 개방이 국민 사이에 평화에 대한 사랑과 노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안타까운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에 따라 남북교류와 협력 역시 답보 상태라는 점이다. 단계적 비핵화 및 제재완화를 주장하는 북한과 일괄적 비핵화를 고수하는 미국은 상대에게 양보를 요구하며 기 싸움과 입씨름을 계속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은 30일 미국이 연말까지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려면 북한의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에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최 제1 부상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다시 확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종속된 듯한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남북관계 개선이 더딘 것은 교류·협력이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 틀을 뛰어넘어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에 나온 것은 제재를 견디지 못한 결과라고 믿을 정도로 미국은 대북제재가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한 남북 협력이 발전하기 어려운데 미국은 대북제재 유지 입장이 확고하다.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는 고사하고 이산가족화상상봉, 독감 치료제 전달 등 인도적 차원의 교류도 필요 장비 반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제재의 벽을 뚫기 쉽지 않다.
북한은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에 끌려다니지 말고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 교착 속에 남북관계만 앞서나가서는 안 된다며 견제하는 양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평화 여정을 지속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꺼지지 않게 여건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남북 군사 긴장 완화, 인도적 교류와 지원, 민간교류 등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관계 개선과 평화 방안을 창조적으로,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북한은 이런 노력에 호응해야 한다. 평화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도록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만 하면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판문점 JSA는 남측 지역만 열려 지금은 '반쪽 개방'이다. 9·19 남북군사합의 사항인 JSA 남북지역 자유 왕래가 평화를 바라는 국민 여망과 남북 신뢰회복에 힘입어 머지않아 현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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