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수괴 손에 '터키지부 파일'…다음 목표물 예고 또는 경고?
바그다디 새 영상서 의도적 노출…"터키지부 분리·신설 가능성"
터키 지역사회에 조직원 다수 잠복…활동 나서면 대형테러 재발 우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5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 우두머리는 전장에서 연이은 패퇴에도 세계 각지 추종자의 테러를 부각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29일(현지시간) 공식 미디어 조직 알푸르칸을 통해 유포한 영상에서 스리랑카 '부활절 테러'가 지난달 시리아 동부 바구즈 전투의 '복수'라고 주장하고, 최근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와 말리에서 벌어진 공격의 주체를 '축복'했다.
바구즈를 끝으로 본거지 시리아·이라크에서 '칼리프국(칼리프가 다스리는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 점령지가 모두 사라졌다고 해도 곳곳에 분포한 주(州)는 왕성하며 IS가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는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새 영상에는 바그다디가 측근으로부터 지역별 작전 현황을 담은 보고서처럼 보이는 파일 폴더를 받아서 손에 든 장면이 있는데, 폴더표지에는 '중앙아프리카 윌라야트'와 '터키 윌라야트'라는 제목이 선명하다.
여전히 건재?…'현상금 290억원' IS 우두머리, 5년만에 등장 / 연합뉴스 (Yonhapnews)
윌라야트는 IS의 주(州) 또는 지부에 해당하는 단위로, 시리아·이라크 외부에는 10여 개 윌라야트가 자율권을 갖고 활동한다.
IS 지도부는 이달 18일 중앙아프리카지부 분리를 발표했으나 터키주 또는 터키지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선포된 적이 없다.
따라서 '윌라야트 터키' 노출은 터키지부를 분리할 것이며 터키에서 작전을 강화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리아와 900여㎞ 국경을 맞댄 터키는 IS가 파죽지세로 확장한 시기에 신병 확충 경로와 보급로, 조직원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했다.
터키와 적이 되면 타격이 불가피한 IS는 터키 대상 공격을 삼갔다가, 터키가 2015년 말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IS 격퇴전에 본격적으로 동참한 이후로 터키에서도 IS의 대형 공격이 잇달아 발생했다.
터키는 시리아와 인접한 데다 IS와 동일한 종파(수니파) 국가여서 현재도 수많은 IS 조직원과 추종자 조직이 잠복 상태로 체류한다.
수시로 IS 검거작전이 벌어지며 전국적으로 매달 수백명이 가담 용의자로 검거된다.
이들이 IS 수뇌부나 바그다디의 지령에 따라 실제 공격에 나선다면 터키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바그다디가 터키에 불만을 표출하고자 의도적으로 이러한 영상을 연출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객원 연구원이자 극단주의 분석매체 '지하돌로지' 설립자인 애런 젤린은 "IS에 대한 예측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바그다디가 보고를 받으며 '터키지부'라고 쓰인 폴더를 들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터키가 잠재적 목표물이며 터키에서 무장활동 시도를 할지 모른다는 신호를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