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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라도 차근차근…국보 미륵사지 석탑 보수 2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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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라도 차근차근…국보 미륵사지 석탑 보수 20년사
옛 부재 최대한 활용하고 현대 기술 적용은 최소화
"문화재 수리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



(익산=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석탑을 구성하는 석재 249개에 대해 등급을 나눈 결과 양호한 상태가 76개, 보통 45개, 불량 128개로 조사됐다."
한국건설안전기술원은 1998년 전라북도 의뢰를 받아 진행한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 안전진단 결과를 이렇게 발표했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무너질 듯한 미륵사지 석탑을 콘크리트로 응급 보수한 뒤 80년 넘는 세월이 흐르자 곳곳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부식한 콘크리트가 일부 떨어져 나가고 탑 내부로 물이 스며들면서 또다시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듬해 4월 문화재위원회는 전격적으로 석탑 해체·보수를 결정했다. 문화재 가치를 고려해 해체라는 극단적 방법은 사용하지 말자는 일부 전문가 의견은 수용되지 않았다.
동아시아 최대 규모 석탑이자 백제 무왕(재위 600∼641) 대 세운 국내 최고(最古) 석탑으로 꼽히는 미륵사지 석탑 해체·보수는 현대에 누구도 해 보지 않은 초유의 작업이었다.



처음 사업을 맡은 전라북도는 2000년 해체에 착수하면서 수리 기간을 5∼10년, 비용은 80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30일 공식적으로 준공한 미륵사지 석탑은 보수에 20년이 걸렸고, 사업비는 230억원이 들었다. 사업 주체도 전라북도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로 변경됐다.
연구소는 2001년 10월 31일 본격적인 공사 시작을 알리는 고유제를 지내면서 "각종 첨단 장비와 전문가를 동원하고 철저한 조사와 고증을 거쳐 보수 정비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6층 옥개석(屋蓋石·지붕돌)부터 시작한 석탑 해체에는 9년 6개월이 소요됐다. 2004년에 2층 이상 석재를 모두 들어내고 185t에 이르는 콘크리트를 제거했다.
연구소는 기단부가 일그러져 있다고 판단해 이듬해 1층도 해체하기로 했다. 해체 과정에서 단계별로 정밀조사를 하고 삼차원 스캐닝을 시행했으며, 주요 부재는 위치와 상태를 상세히 정리했다.



이후 2009년 1월 석탑 1층 가운데 심주석(心柱石)에서 창건 당시 봉안한 사리장엄구가 나왔다. 당시 수습한 수많은 유물 가운데 금판에 붉은색 글씨를 새긴 사리봉영기는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봉영기에는 "우리 백제왕후는 좌평 사택적덕(沙宅績德)의 딸로서 오랜 세월 동안 선인(善因)을 심으시어 금생에 뛰어난 과보를 받으셨다. 기해년(己亥年) 정월 29일에 사리를 받들어 맞이하셨다"라는 기록이 있어 639년 1월 29일 백제 왕후가 미륵사에 사리를 봉안했음이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무왕과 선화공주가 미륵사를 지었다는 서동요 설화가 허구적 이야기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학계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호기심이 증폭됐다.
해체 이후 가장 큰 논쟁거리는 '석탑을 몇 층까지 올린 것인가'였다. 전문가 회의, 공개 설명, 학술행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종전과 동일한 6층이었다. 석탑 층수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없다는 점과 구조적 안정성을 고려한 결과였다.
아울러 원형 보존을 위해 훼손된 부재는 과학적 방법으로 보강해 재사용하고, 현대적 기술은 최소한으로 적용한다는 원칙도 수립했다.



석탑 조립을 위한 공사 착수식은 2013년 11월에 열렸다. 기초를 견고하게 다지고, 새로운 부재를 옛 부재와 어울리도록 가공한 뒤 1천627개에 이르는 돌을 하나하나 짜 맞춰 나갔다. 돌 사이에 생기는 틈은 흙 대신 황토를 배합한 무기질 재료로 채웠다.
4년간 진행한 조립이 마무리되자 미륵사지 석탑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이어 올해 초 거대한 가설 덧집을 철거하고 주변을 정비하면서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탑을 볼 수 있게 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미륵사지 석탑 수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다"며 "훗날 문화재 수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 20년 보수 끝내고 역사적 준공 / 연합뉴스 (Yonhapnews)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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