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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언론 탐사보도, 통제강화에 '흔들'…기자 이직 잇따라
시진핑 지도부 출범 후 통제 부쩍 강화, 전직시 급여 5~6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 언론에서 경력기자들이 잇따라 언론현장을 떠나면서 부패 등 사회문제를 파헤치는 탐사보도가 격감하고 있다. 인터넷 보급으로 신문 등 기존 매체의 경영악화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자연의 계절은 봄을 맞고 있지만 언론은 한겨울이라는 평가다.
"평생 몇번이나 하고 싶지 않은 '안녕'을 해야할까"
아사히(朝日)신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청년보 탐사보도부 류완빙(劉万永. 47) 주임은 올해 초 SNS에 이런 글을 남기고 20여년의 기자생활을 그만뒀다. 백신업계에 만연한 불법, 지방정부 간부와 경찰의 횡포, 민관유착 폭로 등 용감한 보도로 티벳고원 원산의 초대형개인 '티벳견'으로 불리며 여러가지 상을 받기도한 그의 이직은 뉴스가 되기도 했다.
그는 기자직을 떠난 며칠 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민간저널리즘 수상식에서 경찰이 고리대금업에 관여한 사건을 폭로한 기사로 상을 받으면서 "기쁘지만 걱정도 된다. 10년전이라면 이 기사는 기껏 수상 순위에서 6위 정도였을테지만 이번에 3위를 했다. 이런 보도가 확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후배 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내리는 데스크를 겸하던 류의 월 수입은 1만 위안(약 172만 원) 정도였다. 물가가 비싼 베이징에서 3살난 아들을 양육하기 힘든 수준이다.
"기자로서 가장 중요한 건 기자직을 좋아하는지 여부다. 보수가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라는게 그의 지론이다. 2월말 자산관리회사로 옮긴 그의 월급은 기자 때의 5~6배가 됐다.
류는 "전직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다"라면서 "평생 기자를 계속하려고 했으나 쓰고 싶은 걸 쓸 수 없게 됐다. 환경이 변했다"고 탄식했다.
중국 기자의 급여는 아주 적다. 나이를 먹고 경험을 축적해도 별로 오르지 않는다. 얼마 안되는 기본급에 기사게재량에 따라 금액을 가산해 주는 구조다. 가족이 있으면 생활이 어려워 전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언론 현장에는 젊은 사람들만 남는다. 류가 근무하던 탐사보도부는 기자가 4명이었지만 바로 밑의 부하는 입사 4년차 기자였다.
중국청년보는 공산당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의 기관지다. 관제 미디어의 하나지만 1995년에 시작한 특집 페이지 '빙점(氷点)'에서 사회문제를 파고 들어 당시 정부와 당을 비판해 독자의 호응을 받았다.
2006년에는 역사교과서 관련 기사로 당국을 화나게 해 빙점은 한때 정간됐지만 이후 부활해 탐사보도를 계속했다. 그러나 2017년께부터 정부비판은 커녕 시민이 당한 투자사기피해 조차 보도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그해 가을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2기가 시작됐다.
당과 정부는 중국어에서 긍정에너지(正能量)로 표현하는 긍정적인 뉴스를 요구했다. 지도자를 찬양하고 중국의 좋은 면을 선전하자. 부정을 폭로하는 탐사보도는 부정에너지(負能量)로 '사회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퇴직후인 3월말 난징(南京)대학에서 저널리즘에 대해 강의하는 자리에서 류는 바로 전에 장쑤(江蘇)성에서 발생한 공장폭발사고를 거론하면서 학생들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게 뭘까" 사상자 수, 사고원인, 책임은 누구에게, 이런 답변이 나오자 류는 "생명예찬"이라는 제목을 붙인 실제 기사를 보여줬다. 감동적인 구출장면을 자세히 전하는 기사였다. 70명 이상이 사망한 참사지만 "기자는 무엇이 진짜 중요한 건지를 생각해야 한다. 언론이 감독을 포기하고 목소리를 낼 용기를 잃으면 보도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중국청년보 탐사보도부는 전에 주 3회 한 페이지 전면을 할애해 기사를 게재했지만 지금은 한달에 2, 3회, 한 페이지 일부에만 실린다.
광저우(廣州)에 있는 중산대학 교수 등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탐사보도 기자는 2011년 334명에서 2017년 175명으로 줄었다. ▲SNS 확대에 따른 기존 미디어의 권위 저하 ▲당국의 규제강화 ▲기존 미디어의 경영악화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당국이 언론에 강경해진 건 2012년 11월 시진핑 지도부가 발족한 이후라는게 중국 미디어 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베이징 외국어대학 교수 출신인 전강(展江. 61)에 따르면 광둥(廣東)성의 주간지 '남방주말(南方週末)'의 1면 기사가 당국의 개입으로 바꿔치기된 2013년 사건을 계기로 언론통제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 남방주말 사건은 2013년 신년호 1면에 헌법에 입각한 정치와 언론자유를 호소한 "중국의 꿈, 헌정의 꿈"이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당 선전부가 사전 검열해 내용을 바꿔쓰게 한 사건이다. 이후 통제가 강화되면서 미디어의 경영악화가 겹쳐 2015년에는 신문들이 잇따라 탐사보도부를 폐지했다.
중국에서 기자의 날인 작년 11월8일 기자들의 SNS에는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가 거의 없어졌는데 아직 기자의 날을 축하하느냐" 거나 "지금은 뉴스는 많지만 내용은 가장 형편없는 시대"라는 등의 탄식이 줄줄이 올라왔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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