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스리랑카 테러 이어 美까지…예배당 '테러표적' 부상
모스크·교회 안 가리고 많은 신도 모이는 예배시간 노려
종교·인종 등 겨냥한 증오범죄·모방범죄 확산 우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할 것 없이 많은 신도가 모이는 종교 예배당이 '테러 표적'으로 급부상했다.
국제적으로 최근 한 달 반 사이 예배당에서 3차례의 테러가 발생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특히 범인은 해당 종교의 성스러운 기념일(holy day)이나 예배시간을 노렸다고 미국 NBC뉴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15일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의 두 군데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로 모두 50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이달 21일에는 스리랑카의 기독교 교회 3곳과 호텔 등 8곳에서 동시다발적인 폭발 테러가 발생해 250여명이 숨졌고, 27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파웨이시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격 사건으로 60세 여성 신도가 숨지고 3명이 부상했다.
뉴질랜드 총기 테러는 모스크에 가장 많은 신도가 모이는 금요일 오후 예배시간에 벌어졌고, 스리랑카 테러는 기독교의 '부활절' 아침 예배시간에, 유대교회당 총격 사건은 유대교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 마지막 날에 벌어졌다.
범인은 예배당에 가장 많은 신도가 모이는 시간, 그리고 신도들이 예배를 드리느라 가장 무방비한 시점에 공격을 가한 셈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작년 10월 27일에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1명이 사망했는데, 당시에도 안식일 예배 진행 중에 참사가 벌어졌다.
특히 최근 잇따른 예배당 표적 테러는 특정 계층이나 종교, 인종을 겨냥한 증오범죄의 확산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점에서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 뉴질랜드 역사상 최악 참사였던 모스크 테러의 경우 반(反) 이민, 반 이슬람 성향 극우주의자의 '증오범죄'로 드러난 가운데 스리랑카 테러, 샌디에이고 유대교 회당 테러도 뉴질랜드 테러에서 영향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2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테러가 뉴질랜드 테러에 대한 복수 차원에서 감행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으며, 미 샌디에이고 유대교회당 총격범 역시 뉴질랜드 테러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 선언문을 온라인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흑백 인종 갈등 범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증오범죄에 민감한 미국의 경우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증오범죄 확산이 대선 이슈로 부각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샌디에이고 총격 사건 직후 "반유대주의와 증오라는 악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반드시 물리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은 "예배당이 총기에 의한 폭력과 증오로 위험해지면 우리 사회는 근본적으로 붕괴한다"며 "파웨이와 유대인 전체를 위해 기도하면 이번 일을 용납할 수 없다. 이러한 전염병을 끝내야 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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