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미소' 창령사터 나한상, 첫 서울 나들이
국립중앙박물관서 6월 13일까지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은은한 미소와 정감 어린 표정으로 강원도 대표 문화재로 자리매김한 영월 창령사터 출토 나한상들이 단체로 서울 나들이를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국립춘천박물관에서 특별전을 통해 선보인 창령사터 나한상 88점을 모셔와 꾸민 전시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을 29일 개막했다.
아라한(阿羅漢)의 준말인 나한(羅漢)은 석가모니 제자이자 깨달음을 얻은 불교 성자다. 신통력을 지닌 나한은 불법을 수호해 중생이 복을 누리도록 돕는 존재여서 한반도에서는 나한 신앙이 널리 유행했다. 신앙 대상은 부처 10대 제자를 비롯해 십육나한, 십팔나한, 오백나한으로 다양하다.
강원도 영월군 남면 창원리 창령사터에서 나온 오백나한은 2001년 주민이 신고하면서 존재가 알려졌고, 강원문화재연구소가 이듬해까지 발굴조사를 진행해 형태가 완전한 상 64점을 포함해 나한상과 보살상 317점을 찾았다.
아울러 '창령사'(蒼嶺寺)라는 글자를 새긴 기와를 발견하면서 사찰 이름을 확인했고, 송나라 동전 숭녕중보(崇寧重寶)와 고려청자를 통해 창건 시기가 고려시대임이 드러났다.
창령사는 조선시대 중기까지는 명맥을 잇다가 이후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는 여말선초(麗末鮮初)에 제작한 나한상도 이 무렵 인위적으로 훼손됐다고 본다.
문화재와 현대 미술의 결합을 시도한 전시는 크게 제1부 '성속(聖俗)을 넘나드는 나한의 얼굴들'과 제2부 '일상 속 성찰의 나한'으로 나뉜다.
제1부는 바닥을 오래된 벽돌로 채우고, 그 위에 좌대를 둔 뒤 나한상들을 배치했다. 제2부는 스피커 700여 개를 탑처럼 쌓고, 중간에 나한상을 뒀다.
세부 주제는 다르지만, 전시장 전체에서 '자아 성찰'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주려 했다고 박물관은 설명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창령사터 오백나한은 머리 위까지 가사를 쓰거나 두건을 착용한 형태가 많다"며 "고요히 선정(禪定)에 들어 구도(求道)의 길을 걸은 나한을 형상화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한상과 마주하면 우리 안에 잠재한 다양한 감정을 발견하고 내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사색과 치유의 공간으로 변한 박물관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별전 기간에 아트 토크, 소원책 만들기, 힐링 요가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시는 6월 13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3천원, 학생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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