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천명 '떼창' 끌어낸 팝의 어린왕자 트로이 시반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오늘 공연은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꿈꿔왔던 순간이네요."
한국을 3년 만에 찾은 '팝의 어린왕자', 트로이 시반. 그의 인기는 여전했다.
27일 저녁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트로이 시반의 '더 블룸 투어'(The Bloom Tour) 내한공연이 열렸다. 2016년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 이후 처음으로 단독 공연 무대에 올랐다.
트렌디한 사운드와 아름다운 가사 그리고 섬세한 감성으로 주목받은 트로이 시반은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그의 첫 내한 단독 공연 역시 1만5천 석이 매진됐다.
3년 전보다 음악은 깊어지고 무대 매너는 성숙해졌다.
오후 7시 정각 붉은색 조명을 받으며 관객 한가운데에서 등장한 트로이 시반은 첫 곡으로 '세븐틴'(Seventeen)을 불렀다. 조명과 같은 색인 빨간색 터틀넥을 입은 그는 관객 사이를 지나 무대로 나아가 '블룸'(Bloom), '플럼'(Plum)을 이어 내달렸다.
"제 이름은 트로이 시반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오늘 이 공연은 제 삶에서 가장 큰 공연이다. 그리고 매진됐다. 오늘 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라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트로이 시반은 이어 "전에는 한국에 페스티벌로 왔었다. 그 뒤로 사람들이 가장 열광적인 공연이 언제였는지 물으면 그때라고 답한다. 그래서 계속 한국을 찾아 공연하고 싶었는데 결국 오늘 하게 됐다. 오신 분들 모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에 이어 '헤븐'(Heaven)을 "내 커밍아웃 경험에서 나온 곡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불러본 적이 없다"고 소개한 뒤 들려줬다. 이 노래가 공연장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무대에서 무지갯빛 조명이 나와 관객석을 비췄다. 트로이 시반은 2013년 커밍아웃 영상을 올려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풀스'(Fools), '럭키 스트라이크'(Lucky Strike), '와일드'(Wild), '포스트카드'(Postcard), '더 굿 사이드'(The Good Side), '바이트'(Bite), '댄스 투 디스'(Dance to This), '애니멀'(Animal) 등 1집과 2집에 수록한 노래를 고루 선물했다.
라우브와 함께한 '아임 소 타이어드'(I'm So Tired), 찰리 XCX와 같이 부른 '1999'도 들려줬다.
'더 굿 사이드'를 부르기 전에는 "이별을 겪어본 적 있어요"라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은 힘들다. 그 사람에게 정말 마음을 썼기 때문이다. 나는 이별을 겪고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스튜디오에 가서 이 노래를 썼다"고 소개했다.
이어 '유스'(Youth)와 '마이 마이 마이!'(My My My!)를 앙코르로 장식했다.
트로이 시반은 무대 위에서 요염한 몸짓과 특유의 그루브를 보여주며 관객을 매료시켰다. 긴 다리로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공연을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노래를 부르며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팔을 뻗어 1만5천 명의 호응을 끌어냈다.
곡의 분위기에 따라 터틀넥에서 어두운색 셔츠로, 다시 망사 티셔츠로 옷을 갈아입은 그는 '나와 함께 춤을 춰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관객에게 하트를 연신 날렸다.
관객은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떼창'은 기본이고 '트로이'를 연이어 외쳤다.
관객의 호응에 화답하듯 트로이 시반은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그러던 그는 '사랑해요'(I love you)를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알고 싶다며 맨 앞줄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가 한국어로 '사랑해요'라고 말하자 관객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관객은 그의 물 마시는 모습에까지 집중하며 환호했다.
그는 국내 팬들의 사랑에 감동한 모습이었다. 공연 전 팬에게 받았다는 자신의 모습을 한 인형을 무대로 가지고 나와 자랑하기도 하고 관객의 토끼 모자를 건네받아 머리에 쓰고 귀여움을 뽐내기도 했다.
트로이 시반은 "오늘은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꿈꿔왔던 순간이다"며 "서울, 감사합니다. 곧 또 봐요"라고 말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대만과 필리핀, 싱가포르, 홍콩, 태국에서 이번 투어를 이어간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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