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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색한 작가' 치나스키, 할리우드에 가다
이단아 부코스키의 자전적 소설 '할리우드'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미국 문단에서 가장 독창적인 소설가이면서 비주류로 취급받던 찰스 부코스키는 직접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로 잘 알려졌다.
평생 내놓은 6편 장편 소설 가운데 5편 주인공이 모두 똑같다.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는 사실 작가의 분신이다. 부코스키 자신의 이야기를 치나스키에 그대로 투영하며 함께 성장해 나간다.
직장 경험을 담은 장편 데뷔작 '우체국'(1971)부터, 글쓰기를 포기하고 방랑하던 때의 '팩토텀'(1975), 전업 작가로 자리 잡은 50대 시절 방탕한 일상이 담긴 '여자들'(1978), 유년기로 돌아간 '호밀빵 햄 샌드위치'(1982)에 이어 60대의 안정감이 느껴지는 '할리우드'(1989)까지 작가의 자아인 치나스키는 술 마시고 사랑하고 부딪치며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쉰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이 번역해 펴낸 '할리우드'는 이런 치나스키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편이다.
소설은 부코스키가 시나리오 작가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경험을 풀어냈다. 미키 루크가 주연한 실제 영화 '술고래'(1987)의 제작 과정을 다뤘다. 술고래는 제40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른 수작이다.


60대에 접어들며 성공한 작가로 부상한 치나스키는 영화 '짐 빔의 춤' 시나리오 집필을 의뢰받고 할리우드에 입성, 바야흐로 인생의 황금기를 맞는다.
떠돌이 술꾼, 일용직 잡부를 거친 치나스키는 전업작가로 정착한 이후에도 여전히 경마광에다 호색한이다. '빈민가의 계관 시인'으로 불리는 그는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펼쳐지는 46개 에피소드 속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다.
당대 인기를 끌던 할리우드 명사들이 대거 소설 속에서 가명으로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미키 루크, 마돈나, 숀 펜, 데이비드 린치, 페이 더너웨이, 데니스 호퍼,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테일러 헥포드 등 스타 배우와 감독, 작가들이 이름만 바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노년에 접어든 치나스키는 확실히 경제적·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았고 노장의 의연함과 지혜를 얻었지만 여자, 술, 경마를 좋아하고 젊은이 못지않은 혈기를 자랑하는 점이 여전하다.
40여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 인간의 도발적 성품과 유머가 그대로 유지됐다는 미덕이 반갑다고 출판사는 평했다.
사실 부코스키는 미국 본토에선 소설가보다 시인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평생 60권이 넘는 시집과 에세이를 펴낸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였다. 그 때문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랑받는 명사가 됐고 본조비와 U2, 너바나 등 많은 록밴드로부터 존경과 헌사를 받았다. 백혈병으로 타계한 1994년까지 마지막 장편 소설 '펄프'를 완성한 투혼의 예술가이기도 했다.
박현주 옮김. 352쪽. 1만3천800원.
lesl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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