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우리 군의 미군 심문 사건 사과할 용의 있어"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례 브리핑서 밝혀…"美 주권침해 의도 없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이 국경을 놓고 미국과 멕시코 군대 간에 불거진 갈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에 사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필요하다면 외무부 장관이 어떻게 멕시코 군인들의 미군 심문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는 메모를 보낼 것"이라면서 "만약 규정 위반이 있었다면 필요한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고 텔레비사 방송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거나 영향을 미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암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을 저지하려고 국경 폐쇄, 군인 배치 증가 등의 압박을 연일 가하는 가운데 정면 대결보다는 유화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는 "우리는 미국 정부와 싸우지 않을 것이고 어떠한 도발에도 빠져들지 않을 것"이라며 멕시코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미국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은 채 마찰을 피하려는 언행을 보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중미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멕시코 정부를 재차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미-멕시코) 국경에 무장한 군인들을 보내고 있다"며 "멕시코는 중미 이민자들을 체포하거나 돌려보내는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발생한 양국 군인 간 대치 사건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멕시코 군인들이 우리의 주 방위군 병사들에게 총을 들이댔다. 아마도 마약 밀수범들을 위해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는 술책이었을 것"이라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지난 13일 텍사스주 클린트 인근에서 멕시코 군인 6명이 아무런 표시가 없는 차를 타고 국경을 순찰 중이던 미군 2명을 멈춰세우고 심문한 바 있다.
당시 멕시코군은 미군이 멕시코 영토인 국경 남쪽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해 총기를 겨누고 미군의 총을 빼앗았다가 나중에 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국경 펜스 남쪽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영토였다.
이와 관련,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전날 "지난 4년간 수차례 이런 일이 발생했지만 양국 정부는 큰 중요성을 두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건은 지리적인 이유로 국경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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