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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용담댐 수몰 주민의 아픈 기억…독립영화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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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용담댐 수몰 주민의 아픈 기억…독립영화로 재해석
'경치 좋은 자리', 휴스턴영화제 2개 부문 수상

(진안=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엄마의 유골을 정리하러 고향인 전북 진안군 용담면으로 내려온 여자 정희(임의령 분).
삶에 지친 그에게 마을은 가라앉은 상처의 공간이다.
거대한 댐 사업으로 유년 시절 살던 마을은 물속에 잠겨 희미하게 일렁인다.
댐의 수위 조절로 곧 물속에 잠기게 될 엄마의 묘지를 수습해야 하는 정희.
그곳은 정희에게 옛 기억을 환기하는 공간이다.



전북 출신인 박중권(39)·임혜령(30) 감독이 진안군 용담댐 수몰 지역을 배경으로 제작한 장편독립영화 '경치 좋은 자리'의 줄거리다.
73분 분량의 이 영화는 올해 미국 휴스턴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장편 영화부문 금상과 아시안영화부문 베스트편집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휴스턴국제영화제는 뉴욕영화제, 샌프란시스코영화제와 함께 북미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힌다.
댐 건설 때문에 떠난 사람과 남은 자들의 심리를 묘지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담아내 호평받았다.
이 영화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1억원가량을 들여 제작됐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부문에 초청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1조 원대의 사업비가 투입된 용담댐 건설로 2천800여 가구·1만2천여명의 이주민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떠나야 했다.
이런 아픈 기억은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배경인 용담댐 부근은 임혜령 감독의 고향이자 부모가 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소이다.
어린 시절 댐 수몰로 주민 이주를 생생하게 목격한 임 감독은 그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고향에서 영화를 제작했다.
공간은 임 감독의 집 방안과 집 뒷산, 어린 시절 자주 다녔던 우체국과 면사무소 등으로 짜였다.
등장인물은 과거 수몰지에 살았던 주민이나 현재 주변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다.
주인공은 임 감독의 친언니이고, 주민 역할의 할머니 역시 임 감독의 어머니다.
광활한 수몰지의 풍경을 한 번에 보여주는 익스트림 롱샷과 느린 호흡의 영상구성은 쓸쓸하면서 공허한 정서를 더 깊게 만들었다.
주인공의 감정을 관객이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하기 위해 많은 장면이 롱테이크로 이뤄졌고 바람 소리나 새·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강조했다.
관객 몰입도를 높이려고 배경음악을 사용하지 않은 게 영화의 특징이다.
박중권·임혜령 감독은 "산사람의 자리와 죽은 자의 자리는 어디이며 그 자리는 누가 정하는 것일까 궁금했다"며 "잊혀가는 자리에 익숙해지는 우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감독들은 내년 초 영화 개봉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sollens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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