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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청바지 작가'…"후회 않으려 다시 청바지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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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청바지 작가'…"후회 않으려 다시 청바지 잡았죠"
2000년대 20대에 돌풍 일으킨 최소영, 9년만의 개인전
"한동안 삶·예술 고민하며 작업도 포기…강박 버리고 새 시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미술시장에서 '최소영'이라는 이름이 반짝반짝 빛나던 때가 있었다. 해진 청바지를 일일이 자르고 꿰매어 완성한 참신한 풍경화로 주목받은 20대 미대생은 곧 '청바지 작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24살이던 2004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예상가 4배인 1천여만원에 작품이 처음 경매됐고 이듬해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7천만원에 팔렸다. 급기야 2006년 경매에서는 1억9천500만원이라는 거액에 작품이 판매돼 큰 화제를 모았다.
지방대(부산 동의대) 미대를 갓 졸업한 여성이라는 점에서 그의 성과는 더 눈부셨다. 한동안 승승장구하던 '크리스티의 스타'는 어느 순간 시장의 중심에서 비켜났고 근황도 들리지 않았다.
"조용히 지냈어요. 체력도 많이 떨어졌고, 삶에서나 작업에서나 어떻게 가야 할지를 자문할 시간이 많이 필요했어요."



24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플래닛에서 만난 최소영(39) 작가는 차분한 표정으로 지난 공백기를 설명했다.
10년 이상 함께한 전속 화랑과의 계약이 2015년 종료되면서 그는 아예 작업을 손에서 놓았다.
"잘 팔리는 풍으로 계속 그렸는데, 정작 제가 하고 싶은 작품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풀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속 계약 중에는 스스로 틀에 매였던 것 같아요. 하다 보니 스스로 (스타일을) 반복하는 면도 있었고요."
작가는 대신 유기견을 돌보고 금정산을 오르는 일에 몰두했다. 그러다 책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삽화 작업을 맡으면서 다시 작업에 흥미를 느꼈다.
"처음에는 정말 답답한 마음에 작업실에 들어가 보지를 못했어요. 그러다 자연을 접하고 동물과 가까이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작업이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



최소영은 그렇게 지난 1년여간 매진한 작업을 모아다 갤러리플래닛 '잠잠한 풍경' 전을 통해 선보인다. 2010년 카이스갤러리 '데님스케이프' 이후 9년 만의 개인전이다.
광대한 도시 풍경을 청지 본연의 색감을 살려 표현한 과거와 달리, 신작은 아기자기한 느낌이 강하며 분홍, 노랑 등을 과감히 쓴 점도 특징이다. 작가는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느슨하게, 편안하게 작업하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공백 후에도 청바지 작업으로 돌아온 이유도 궁금했다.
"청바지를 가지고 노는 손맛을 너무 좋아해요. 그리고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청바지 작업을) 더 끝까지 해봐도 되는데 스스로 먼저 놓았다는 후회가 들 것 같았어요."
매우 이른 나이에 큰 성공을 짧게 맛본 작가는 20대를 어떻게 기억할까.
"한 흐름을 타고 한 번 갔다 왔다고 생각해요. 선택을 받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한 번 가봤으니까 충분하다는 마음입니다."
전시는 5월 25일까지.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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