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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제동 걸린 中 반도체굴기…M&A 줄줄이 좌절
합작사 철수·장비 금수 조치 등도 잇따라 "국내 업체 반사효과 주목"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려는 중국의 시도가 좌절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반도체굴기'가 미국에 의해 제동이 걸린 셈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퀄컴이 중국과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 화신퉁(華芯通·HXT) 반도체가 오는 30일 문을 닫는다.
HXT반도체는 중국 구이저우(貴州)성 지방 정부와 퀄컴이 지난 2016년 합작해 세운 회사인데, 지난해 말 반도체 신제품을 출시한 지 반년도 채 안 돼 갑작스럽게 사업을 접는 것이다.

현지 매체인 신쯔쉰(芯智訊)은 "또 하나의 중외(中外) 합자 실패 사례가 나왔다"면서 "합작회사이긴 하지만 중국 반도체의 일부분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를 제외하고도 중국 정부가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한 지난 4년간 미국의 제재로 무산된 M&A만 최소 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먼저 지난 2015년 중국 칭화유니(淸華紫光) 그룹이 세계 3위 D램 기업인 마이크론을 230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서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실패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이듬해 2월 미국 샌디스크 인수도 추진했지만 미국 당국에서 이를 정밀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역시 무산됐다.
같은 해 중국 화룬(華潤)그룹은 미국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 페어차일드를, 푸젠그랜드칩인베스트먼트펀드(FGCIF)는 독일 반도체 장비업체 아익스트론을 각각 인수하려 했지만 역시 미국 정부의 제동에 걸렸다.
지난 2017년에도 중국계 사모펀드 캐넌브리지캐피털파트너스가 미국 반도체 기업 래티스를 인수하려다 실패했고, 지난해 2월에는 중국 유닉캐피탈매니지먼트가 미국 반도체 시험 장비업체 엑세라 인수를 시도하다 무위로 끝났다.
이밖에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던 싱가포르 기업 브로드컴이 미국 퀄컴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막아섰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굴기를 비롯한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경제침략'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하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이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후발주자를 멀찍이 떨어뜨리는 것은 호재"라고 말했다.
중국의 기술 확보 시도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잇단 좌절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앞으로도 M&A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기술·자본 장벽이 높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 인수가 가장 빠른 길인 데다 최근 무역전쟁 여파로 장비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속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반도체업체 푸젠진화(JHICC)는 지난해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거부로 필수 장비를 확보하는 데 실패해 폐업 위기에 놓였고, 최근에는 싼안(三安)옵토일렉트로닉스도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의 거래가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의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며 "당분간은 쉽지 않겠지만 국가전략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면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acui7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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