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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언어로 세상의 문을 여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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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언어로 세상의 문을 여는 비밀
조지은·송지은씨, '언어의 아이들' 펴내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언어는 배우는 것일까, 아니면 타고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은 모방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지 않는다. 무심코 보면 아이들이 어른들 말을 앵무새처럼 그냥 따라 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언어 연구로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조지은·송지은 씨가 공저 '언어의 아이들'을 출간해 세상의 문을 막 연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해가는 비밀을 들려준다. 조 교수는 킹스 칼리지 런던(KCL)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가르치고 있고, 송 박사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음성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이 대학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 신간은 두 언어학자의 학문적 탐구는 물론 영국에서 이중 언어(영어와 한국어)를 사용하는 두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로서, 그리고 외국어 화자로서 생활하는 경험도 담고 있다. 조 교수는 "언어학자들의 로망이 자기 아이의 언어 습득을 연구하는 것"이라면서 "첫째 아이 사라가 쏟아 놓던 수많은 단어를 들으면서 인간의 언어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가, 또 얼마나 창의적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고 아이의 언어를 연구하면서 그동안 품고 있던 궁금증도 하나둘 풀렸다. 언어와 생각이 어떤 상호 관계가 있는지, 태아에게 들려주는 태교는 과연 효과가 있는지, 2개 이상의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해답을 얻어낸 것이다.
아이들이 입으로 말하기 시작한 때는 첫 돌 무렵이다. 하지만 말을 이해하는 건 그 이전으로, 언어 발달이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청각 기관이 어느 정도 발달하는 약 28주 때부터 태아들은 엄마 몸을 거쳐 전달되는 저주파수대 제한적인 소리를 듣고 언어 습득을 시작한다. 그리고 36~40주 태아들은 부모의 언어에서 일부 모음을 구분하고 모국어와 외국어 발화 시의 목소리 억양 패턴의 차이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선천적 핵심 언어 능력 중 하나가 상호작용 능력이라고 봤을 때 아이들은 갓 태어나서부터 눈맞춤, 울음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기 표현을 한다. 그리고 생후 1~4개월 무렵에 옹알이만 하던 아기가 한 살쯤부터 의미 있는 단어로 말하기 시작하며 이른바 말문을 튼다.
저자들은 아이의 언어 발달 단계를 크게 네 개로 나눠 설명한다. 12개월부터 18개월까지의 '한 단어 발화 시기'와 18개월부터 24개월까지의 '두 단어 발화 시기', 2살부터 3살까지의 '다어휘 발화 시기', 그리고 3살 이후의 시기다.
'한 단어 발화 시기'에는 옹알이 단계를 넘어서 제법 알아들을 법한 말을 하나씩 말하기 시작한다. 이 단어에는 표현코자 하는 메시지가 한 단어 안에 압축돼 있는데, 밥 달라는 뜻을 전달하는 "맘마"나 거절의 의미를 담은 "아니"가 바로 그렇다. 특히 15개월께부터는 '단어 폭발'이라고 할 만큼 습득 단어 수가 크게 늘어난다.
그러다 '두 단어 발화 시기'가 되면 "엄마 왔다" 또는 "뽀로로 줘"처럼 단어와 단어를 능숙하게 연결하고, '다어휘 발화 시기'에는 불완전하나마 문법 형태를 제법 갖춘 단어들을 점차 빠른 속도로 구사하기 시작한다. 복잡한 단어는 물론 문법까지 어른 못지않게 발화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다.
아주 어릴 때는 '발음 교육'도 없이 연속적이고 복잡한 음성 신호에서 자연스럽게 말소리 특징과 체계를 습득하던 아이가 커갈수록 외국어 발음을 배우기 힘든 이유는 뭘까? 저자에 따르면 이는 생후 약 6개월부터 뇌의 지각 체계가 모국어 소리에 최적화하도록 변화하기 때문이란다.
저자들은 '언어로 세상의 문을 여는 아이들', '소리의 세상으로', '아이들의 머릿속 사전', '말 하나 더 배우기' 4부에 걸쳐 아동 언어 발달, 음성학, 어휘와 문법, 이중 언어 습득이라는 주제로 다루며 다양한 관련 연구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사이언스북스 펴냄. 296쪽. 1만8천500원.


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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