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관광메카 꿈꾸는 인천] ① 초대형 크루즈 전용터미널 개장
인천공항 내려 20분만에 크루즈선 승선…하늘길·바닷길 연계
기항지 넘어 모항으로…크루즈 관광시장 급성장 가능성
[※ 편집자 주 = 오는 26일 국내 최대 크루즈 터미널이 송도국제도시에 문을 엽니다. 이를 계기로 인천이 '공항 성공신화'에 이어 '해양관광의 메카'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됩니다. 크루즈 터미널 바로 옆에는 중국 10개 도시를 연결하는 카페리선이 운항할 신국제여객터미널도 올해 말 개장합니다. 국내 인구의 40%가 거주하는 수도권을 배후에 둔 이들 터미널은 해양관광의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지만 활성화까지 적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세계 5위 인천국제공항이라는 하늘길에 이어 부쩍 넓어진 인천의 바닷길 조성 현황과 당면 과제, 전문가 제언 등을 3편으로 나눠 다룹니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세계 5위 국제공항이 자리 잡은 인천이 풍부한 항만 인프라까지 갖추면서 해양관광 메카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오는 26일 인천에는 초대형 크루즈선도 댈 수 있는 전용 터미널이 문을 연다.
인천항만공사는 국내 최장 교량인 인천대교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9공구 바닷가에 2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상 2층, 연면적 7천364㎡ 규모로 터미널을 세웠다.
수도권 최초의 크루즈 전용 터미널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22만5천t급 크루즈선도 수용할 수 있는 430m 길이 부두를 갖췄다.
국내 크루즈 전용부두는 부산 북항(22만t급), 서귀포 강정항(15만t급), 제주항(15만t급), 속초항(10만t급) 등지에 있다.
인천 크루즈 전용 터미널은 크루즈선의 출입구를 따라 움직여 승객이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이동식 승하선용 통로(갱웨이·gangway) 2기도 설치했다.
크루즈 터미널 바로 옆에는 축구장 9개 넓이보다 큰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도 올해 6월 준공된다.
이곳에서는 인천과 중국 톈진(天津)·칭다오(靑島)·옌타이(煙台)·다롄(大連)·단둥(丹東) 등지를 잇는 10개 항로의 한중 카페리가 정기 운항하게 된다.
이전에는 선사들이 제1국제여객터미널(6개 항로)과 제2국제여객터미널(4개 항로)로 나뉘어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지만, 두 터미널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런 문제도 사라지게 됐다.
무엇보다 큰 기대 효과는 인천의 촘촘한 하늘길과 바닷길이 낼 수 있는 시너지다.
한 해 7천만명이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들 터미널까지는 차로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인천공항에 내린 승객이 송도로 와서 크루즈를 타거나, 크루즈에서 내린 승객이 공항으로 가 비행기로 옮겨 탈 수도 있다.
기항지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다음 크루즈로 갈아타 관광하는 일명 '플라이 앤 크루즈(Fly and Cruise)'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올해 해양관광 여객 195만명 유치를 목표로 삼은 인천항만공사도 하늘길과 바닷길을 연계한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22만t급 크루즈 전용부두를 갖춘 부산에서는 대만의 크루즈 관광시장을 겨냥한 플라이 앤 크루즈 상품이 출시를 앞뒀다.
대만에서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입항한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크루즈를 타고 일본 후쿠오카·오모리를 거쳐 부산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부산이 잠시 들르는 기항지가 아니라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는 모항이 되면 훨씬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상품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초대형 크루즈 터미널이 문을 열 인천 역시 단순한 기항지를 넘어 매력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세계 크루즈관광 시장이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더한다.
영국 해운항만컨설팅사(OS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크루즈 관광객은 2천720만명으로 2017년(2천580만명)보다 6% 이상 증가했다. 2025년에는 3천76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2009년 6만명 규모에 불과했던 국내 크루즈 시장도 7년 만인 2016년 195만명(해양수산부 통계)으로 32배 넘게 폭증했다.
인천항만공사는 내년 한 해에만 37만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송도 크루즈 전용 터미널을 통해 인천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5억 인구를 자랑하는 광둥(廣東)성과 허베이(河北)성 등 중국 동부 해안 지역은 거대한 크루즈 관광 수요를 지닌 도시로 꼽힌다.
중국과 '사드 갈등'이 불거진 2017년 60만명으로 30% 이상 감소한 인천∼중국 카페리 여객수가 지난해 80만명을 넘으며 회복세에 접어든 만큼 크루즈 수요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24일 "크루즈 수요가 많은 중국·대만·일본·싱가포르 등지에서는 인천공항이 일종의 허브라고도 할 수 있다"며 "관광객들이 인천공항에 온 뒤 20분 떨어진 송도 크루즈 터미널로 이동해 바로 크루즈를 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 접경 지역을 끼고 있는 인천의 특성상 '남북 크루즈'와 같은 테마형 크루즈가 생긴다면 인천도 엄청난 관광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며 "유럽과 미주를 낀 플라이 앤 크루즈 상품을 개발할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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