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카자흐 모델, 프로세스보다 핵포기 이후 혜택에 중점둬야"
고위 관계자, '北 비핵화에 카자흐 모델 차용 가능성' 질문에 언급
"핵무기 개발과정·핵보유국·지정학적 요건 등 달라"
(누르술탄[카자흐스탄]=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 청와대는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비핵화 방법론의 하나로 거론되는 이른바 '카자흐스탄식 비핵화 모델'과 관련해 "그 프로세스보다는 핵 포기 이후의 혜택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카자흐스탄식 모델이 꼬인 북미협상의 해법으로 추진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핵무기 개발과정이나 지정학적 요건, 핵보유국 이런 여러 요소가 상이하기에 그 프로세스보다도 핵을 포기하고 난 뒤에 어떤 혜택이 있느냐에 중점을 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의 경우는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했고, 체제 안정과 경제 개선을 이뤘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모범적 비핵화 사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은 경제적 보장 등 혜택을 위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고 미국 주도의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이 긴요했다는 시사점이 있다"며 "카자흐스탄은 1996년 핵 포기 전에는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 9%였는데 그 이후 5년간은 플러스 경제성장을 보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언급은 북한과 카자흐스탄의 국제 정치적 상황이나 핵보유 과정 등이 전혀 다르기에 카자흐식 비핵화 프로세스 자체를 차용하기 보다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하면 그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카자흐스탄 모델이 유용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북한이 구(舊)소련 해체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핵보유국이 된 카자흐스탄과 달리 의도적으로 핵 강국을 추구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부여받은 데다 현재 미국과 적대관계를 이루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한 판단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 모델은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샘 넌·리처드 누가 전 미국 상원의원이 1991년 공동 발의한 '넌-루가 법'에 기초하고 있다.
당시 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벨라루스는 소련 붕괴로 자국 영토에 배치된 핵무기를 갖게 된 비자발적 핵보유국이 됐다. 넌-루가 법은 이들 국가의 핵무기·화학무기·운반체계 등을 폐기하기 위해 기술·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엔 신생 독립국이 된 이들 국가에 대한 외자 유치 등 경제적 지원도 포함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4년 동안 16억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을 이들 국가에 지원해 수천 기의 핵탄두와 미사일 등 핵전력을 러시아로 넘겨 폐기했다. 동시에 핵 개발에 동원된 과학자들의 전직(轉職)을 위한 훈련과 직장 알선 프로그램도 동시에 제공해 이들이 가진 핵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다른 곳으로 유출되지 못하게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이번 카자흐스탄 방문 직후부터 수차례 카자흐스탄을 '모범적인 비핵화 국가'로 지칭하면서 카자흐스탄 비핵화 모델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작년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한미 당국은 한반도 비핵화 방법론을 논의하면서 바로 이 카자흐스탄 모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당시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모델에 관심을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honeybee@yna.co.kr,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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