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욱 감독 "최태웅·장병철 감독은 코치로 우승 못해봤잖아요"
"OK저축은행 선수들, 배구 센스 키울 것…당연히 우승 도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남자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석진욱(43) 감독은 말을 아끼는 지도자다.
워낙 신중한 성격이라, 인터뷰도 조심스럽다.
그런 그도 배구 인생을 함께한 친구 최태웅(43) 현대캐피탈 감독과 장병철(43) 한국전력 감독을 떠올리면 '과감한 발언'을 한다. 그만큼 셋은 '편안한 사이'다.
22일 OK저축은행의 제2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석진욱 감독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인터뷰를 너무 오랜만에 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하면서도 '사령탑으로 맞설' 친구들을 떠올리며 "최 감독도, 장 감독도 코치로는 우승을 못 해봤다. 내가 제일 낫지 않나요"라고 웃었다.
석진욱, 최태웅, 장병철 감독은 인하사대 부속중, 인하사대 부속고에서 함께 학창 시절을 보냈고, 삼성화재에 함께 입단해 실업과 프로배구 V리그 시절 '왕조'를 일궜다.
2019-2020 V리그 남자부의 화두 중 하나는 '세 명의 동갑내기 사령탑 맞대결'이 될 터다.
석 감독은 "주목받는 걸 즐기는 성격이 아니라서 부담이 된다. 하지만 프로배구 감독이라면 흥행을 위해서라도 그런 관심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평소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지만, 코트에서 감독으로 만나면 어색할 것 같다. 최태웅 감독은 이미 우승을 경험했다. 감독 대 감독으로, 내가 많이 배워야 한다. 장병철 감독도 여러 경험이 많다. 배울 건 확실하게 배우겠다"고 했다.
석 감독은 V리그 출범 후 삼성화재에서 선수로 7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OK저축은행 수석코치로도 두 번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석 감독이 OK저축은행의 사령탑으로 우승을 차지하면 10번째 V리그 우승 반지를 챙긴다.
석 감독은 "최 감독은 선수 생활을 마치고 바로 감독이 됐다. 장 코치도 한국전력 코치로 일할 때 우승 경험이 없다"며 "나는 코치로도 우승했으니까,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우승할 수 있는 내가 가장 낫지 않나"라며 크게 웃었다.
친구를 떠올릴 때는 잠시 부담감은 내려놓지만, 석 감독은 곧 '사령탑의 무게'를 느낀다.
그는 "정말 부담이 크다. 오늘 감독으로 첫날을 보내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다.
하지만 석진욱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배구 센스가 있고 성실한 선수'로 불리며 '언젠가는 감독이 될 선수'라고 평가받았다.
2013년 7월 OK저축은행 창단과 동시에 수석코치로 부임한 그는 코치 생활 중에도 '감독이 될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팀에 익숙함과 석 감독 특유의 성실함이 OK저축은행 반등의 동력이 될 수 있다.
OK저축은행은 2014-2015, 2015-2016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이후 3시즌은 하위권에 그쳤다.
석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 악재가 겹쳤고, 소통의 문제도 있었다"고 분석하며 "일찍 정상에 올랐다가 너무 빨리 하위권으로 처져 나도 많이 당황하고 속상했다"고 했다.
이어 "OK저축은행은 내가 정말 잘 아는 팀이다. 누구보다 팀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나와 선수들이 팀을 잘 재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며 "올 시즌 OK저축은행은 범실이 많았다. 기본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선수의 '배구 센스'가 향상하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재도약을 위해 첫걸음을 떼는 날에도, 김세진 전 감독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이 앞선다.
석진욱 감독은 "감독님께서 좋은 팀을 만들고자 정말 열심히 노력하셨다"며 "지난 시즌 많은 고심을 하며 결국 팀을 떠나셔서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더 좋은 팀'을 만드는 게, 전임 사령탑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다.
석 감독은 "김세진 감독님의 뒤를 이어 팬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는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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