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대법연구관 "김용덕, 징용소송 추가검토 지시…외압은 없어"
황모·이모 부장판사, 임종헌 재판서 강제징용 재상고심 관련 증언
"'징용피해자, 日에 청구 못하게 논리 찾으라' 지시는 사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강제동원 피해 손해배상 사건 재상고심을 담당한 재판연구관이 당시 주심이던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서 기존 대법원 판결과 다른 방향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받은 것은 사실이나, 특정 결론을 요구받은 바는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또 당시 사건에 대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외교부, 청와대 등이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아는 바 없다며 부인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공판에는 전 대법원 민사 총괄 재판연구관인 황모 부장판사와 이모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검찰이 제시한 문건에 따르면 2013년 제기된 강제징용 소송 재상고심의 주심을 맡았던 김용덕 전 대법관은 2014년 12월 당시 재판연구관이던 황 부장판사에게 "기존 판결이 잘못이었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회사를 상대로 직접 청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김 전 대법관이 일본기업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본 2012년 대법원판결 결과와 반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후 논리를 구성하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황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재판연구관 후임인 이 부장판사에게 관련 사건을 인계했고, 이 부장판사는 2016년 9월 김 전 대법관에게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검토한 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황 부장판사는 증인 신문에서 김 전 대법관이 '파기 환송 판결이 잘못이었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회사를 상대로 직접 청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남은 숙제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지시는 김 전 대법관이 2012년 대법원판결을 재차 번복하는 방향으로 검토 방향을 정해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황 부장판사는 그러한 지시가 나온 것이 "결론을 어떤 방향으로 가게 할지 문제가 아니라 더 검토할 부분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즉, 2012년 판결 이후 청구권 효력 적용범위 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고, 쟁점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황 부장판사는 또 김 전 대법관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파기 환송해야 한다고 직접 말한 적은 없고, 김 전 대법관 및 다른 대법관에게 이번 사건에 관해 외교부나 청와대 등 외부 압력이나 요청이 있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임종헌 전 차장 등에게 연락받은 바 없고, 외교부로부터 문서나 의견을 받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황 부장판사는 김 전 대법관이 "2012년 대법원판결에 의문이나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바로 '어떤 결론이다'라고 단정 지은 것은 아니고 단지 검토의 필요성을 말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2012년 대법원 판결 및 재상고심에 대한 외교부 입장이 기재된 문건을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아봤지만, 다른 사안의 경우 법원행정처에서 문건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앞서 증언한 이 부장판사는 황 부장판사로부터 "(어떤 논리를 구성하라는 등) 한 방향으로 특정한 지시는 전달받은 바 없다"며 "김 전 대법관이 2012년 대법 판결에 대해 긍정 혹은 부정 등 가치판단을 하거나, 당시 환송판결이 잘못됐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을 심도 있게 검토하라고 황 부장판사로부터 전달받았다"며 "이후 다른 안건을 보고하러 갔을 때 김 전 대법관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등 3건의 사건을 잘 검토하라고 얘기한 바 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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