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건, 정치적 표현의 하나…표현의 자유 보호해야"
코펠맨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 "'5·18 망언' 등 규제보단 가르쳐야"
참여연대·오픈넷 주최 간담회…'청계2가 베를린 장벽' 그라피티 선처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 사건과 관련해 정부 비판은 언제나 보호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앤드루 코펠맨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 교수는 22일 서울 서초구 오픈넷 사무실에서 정보기술(IT) 시민단체 오픈넷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주최로 열린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최근의 도전과 그 해법 모색'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 비판은 늘 보호돼야 한다"며 "드루킹 스캔들도 정치적 표현 중 하나"라고 밝혔다.
코펠맨 교수는 표현의 자유, 인권 보호 사이의 균형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로 올해 미국로스쿨협의회 법철학 부문 하트-드워킨상 초대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코펠맨 교수는 드루킹 사건을 언급하며 개인 표현의 자유는 누구라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루킹을 기소되도록 방치해둔다면 잘못된 정치적 표현을 기소할 수 있다는 힘을 정부에 실어주고 사회적 대화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사람들이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5·18 망언'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5·18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코펠맨 교수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코펠맨 교수는 "역사는 한 사람이 새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역사가가 반복하는 것이 연구의 과정"이라며 "5·18 역사왜곡 처벌법이 만들어지면 향후 역사 연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도 유대인으로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고통스럽지만 그들에게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답해줄 수 있다"며 "혐오 표현에 관한 의견 개진이 사라지면 그쪽의 생각을 알 수도 없고 답변도 하지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 대학에서 과거 혐오 표현 규제가 이뤄졌는데, 규제를 통해 보호하려고 했던 소수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미국 정부가 혐오 표현을 규제하지 않고 있음에도 인종에 대한 인식은 크게 개선된 편"이라며 표현을 규제하기보다 교육 등으로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제 예술표현의 자유 보호단체 '아방가르드 변호사' 설립자인 안드라 마테이 변호사(전 유럽인권재판소 변호사)는 서울시 청계2가에 있던 '베를린 장벽'을 훼손해 공공재물 손괴죄로 재판을 받게 된 그라피티 아티스트 정태용(29)씨에게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정씨는 독일 베를린시가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기원하고자 2005년 기증한 높이 3.5m, 폭 1.2m, 두께 0.4m인 베를린 장벽 일부에 작년 6월 스프레이로 그라피티 작업을 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업 모습을 올렸다.
마테이 변호사는 "국제법상 표현의 자유를 처벌할 수 있을 때는 혐오를 선동하는 경우인데, 정 작가의 작품은 폭력 요소나 혐오 선동 요소는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평화를 상징하고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이 형사 처분을 수반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에게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사회적 담론을 일으킨 경우 최고 수준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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