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머리·다리외 정상피부 없이 태어난 아기 4개월째 사투중
투명하거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얇은 막만 존재하는 유전질환
아기 엄마, 병원 권유에 포기하려다 "아기가 포기할 때까지 포기 안해"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에서 머리와 다리 일부 이외엔 정상적인 피부가 없이 태어난 아기가 4월째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텍사스주 남부 샌안토니오에 있는 감리교병원에서 새해 첫날 태어난 자바리라는 이름의 아기는 온 몸을 피부 대신 붕대로 둘러싸인 채 이 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생명을 이어가다 이달 초 세계 최고병원중 하나로 꼽히는 텍사스메디컬센터의 텍사스어린이병원으로 옮겨졌다.
감리교병원 측에선 당초 선천성 피부무형성증인 것으로 진단, 아기를 집으로 데려가도록 권유했고, 엄마 프리실라 말도나도 역시 아기를 위해 준비했던 장난감과 옷를 기부하고 짐까지 쌌다가 "아이가 태어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에 아기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텍사스어린이병원 측에선 아기가 선천성 피부무형성증이 아니라 수포성 표피 박리증(EB)이라고 불리는 희소 유전병일 수 있다고 보고 확진을 위해 아기와 엄마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EB는 아주 작은 외상에도 피부가 연약해져 박리와 물집이 발생하고 다른 곳으로 침범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필라델피아어린이병원의 성형재건과장 제시 테일러의 말을 인용, 이런 환자들은 피부가 아예 없는 게 아니라 아주 얇은 한 층이 있기는 하지만 투명하게 보이거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을 가진 환자는 피부 변형으로 인해 손가락, 발가락 등이 서로 들러붙기도 한다.
완치되지는 않으며, 가벼운 증상의 환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중증 환자는 상처 난 조직을 제거하고 손상된 피부를 건강한 피부로 교체하기 위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한다.
테일러는 이 아기의 예후에 대해 "힘들 것"이라며 "아기에겐 매우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바리는 텍사스어린이병원에서 가슴과 턱의 유착으로 숨을 쉬기 어렵게 만든 목 부위의 반흔(외상 자리의 변성된 피부)조직을 떼내는 수술을 이미 한 차례 받았다.
엄마 말도나도는 페이스북에 자바리가 "아주 잘 하고 있다"고 올렸다. 말도나도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은 말도나도의 호텔 숙박비를 대주고 있고,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를 통해 19일 현재 2천명이 아기를 위해 총 7만4천 달러(8천400만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자바리는 앞으로도 반흔조직을 제거하고 현재 실험실에서 배양하고 있는 이식용 피부를 이식하기 위해 수많은 추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아기의 눈 부위 조직이 유착돼 있어 아직 아기와 눈도 마주쳐 보지 못한 말도나도는 "끝까지, 아기가 포기할 때까지" 아기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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