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특검보고서 공개…"트럼프 사법방해 시도…범죄판단은 못내려"(종합2보)
"트럼프, 수사에 영향 주려했으나 실패"…바 법무 "특검팀 논리에 동의 안해"
정치공방 '2라운드'…트럼프 "게임 끝" vs 민주 "충격적 증거, 진상 파헤칠 것"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한 22개월간의 로버트 뮬러 특검팀 수사결과 보고서를 미국 법무부가 1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특검은 보고서에서 핵심 의혹인 사법방해 및 러시아 공모와 관련, 사법방해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고 형사적으로 처벌할 만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진영이 러시아와 공모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서 공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에 의혹의 실체와 수사 결론을 놓고 논란이 격화하면서 공방은 '2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미 법무부는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19일 0시) 보고서를 의회에 보내고 특검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내용을 공개했다.
로이터와 AP통신 등이 전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기소 판단'에 이르지 못했다.
특검은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의도에 대해 우리가 확보한 증거는 아무런 범죄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지 못하게 하는 어려운 이슈"라면서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리지도 않지만, 또한 그를 무죄로 하는(exonerate) 것도 아니다"라고 적시했다.
448쪽 분량의 보고서는 사법방해 의혹과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및 트럼프 캠프 공모 의혹, 트럼프 대통령 서면조사, 관련자 및 증인들의 진술 등을 정리했다.
다만 대배심 정보, 진행 중인 수사·기소를 방해할 수 있는 내용, 정보수집 출처 등을 노출하는 정보, 지엽적 내용 등 4개 정보는 가려진 '편집본'이다.
특검은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과 사법방해 의혹 조사를 포함한 수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여러 행위를 발견했다"며 "대통령은 수사를 통제하려는 일련의 행위들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사법방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 의혹을 공개한 뒤 도널드 맥갠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뮬러 특검을 해임할 것을 지시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이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에게 "뮬러는 떠나야 한다"고 말하도록 지시했지만, 맥갠 고문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사임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특검 해임을 지시한 것을 부인하려 했으며 이는 지시가 부적절한 것으로 보일 수 있음을 그가 알았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특검은 지적했다.
코미 해임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를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코미가 의회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렸기 때문이라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특검은 기록했다.
특검은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는 대통령의 노력들은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는 주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그의 명령을 이행하거나 그의 요구에 응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공모 의혹과 관련, 특검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에 많은 접촉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캠프 관계자들이 러시아 정부와 선거 개입을 공모하거나 조율한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조사 방식과 관련, 특검은 대면조사를 요구했지만 대통령 측이 거절했고 결국 서면조사로 대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2쪽 분량 답변서에서 30여개의 질문에 "기억이 없다"고 하는 등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뮬러 특검팀은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법률적 판단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특검은 보고서에서 법무부 측이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며 이와 별개로 연방정부의 형사고발은 대통령 권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은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잠재적으로 판단하는 결과가 되는 접근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지난달 22일 수사를 끝내고 보고서를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했고 바 장관은 이를 간추린 4쪽 '요약본'을 의회에 공개했다. 그러나 전체본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이번에 '편집본'을 제출했다.
바 장관은 이날 편집본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증거를 특검이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와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특검이 전개한 증거만으로는 대통령이 사법방해 혐의를 저질렀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방해와 관련해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10개 사례를 검토했다고 전했다.
바 장관은 자신과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사법방해에 관한 뮬러의 일부 '법적 이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런 점이 자신의 결론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보고서 공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진영과 민주당 간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보고서가 불완전한 형태(편집본)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와 다른 위법행위에 관여했다는 충격적인 증거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며 "진상을 파헤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원 법사위는 내달 2일 바 장관을 불러 증언을 들을 예정이다. 내들러 위원장은 뮬러 특검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빨리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상원 법사위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민주)은 보고서 원본 공개를 촉구하며 바 장관이 진행 중인 여타 수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포스터 이미지를 올려 "게임 끝(GAME OVER)"이라며 '완전 무죄'를 주장했다. 이어 부상 장병 격려 행사에서도 특검 수사 개시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주장하며 역공에 나섰다.
루디 줄리아니 등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팀은 성명을 내고 "특검 조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승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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