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합범 형량감경도 '법률상 감경'처럼 절반만 가능"
하급심 판단 엇갈려…'절반만 감경 가능' vs '감경한도 없어'
대법 전원합의체 "달리 정한 바 없으면 형법 따라 절반까지만"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형사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자가 형이 확정되기 전에 저지른 범죄가 추가로 드러나 다시 재판을 받는 경우 '경합범에 대한 형량감경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형기의 절반까지만 감경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모(38)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조씨는 2015년 총 33회에 걸쳐 속칭 '허브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2017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조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 2015년 10월과 11월에 각각 한 차례씩 허브마약을 판매하거나 판매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단순한 마약판매 혐의에 대한 형사사건이었지만, 재판에서는 피고인에게 부과할 수 있는 형량의 하한을 두고 때아닌 법리논쟁이 벌어졌다.
형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범죄와 그 형이 확정되기 전에 저지른 범죄를 '사후적 경합범'이라고 하는데, 경합범 관계에 있는 범죄를 한꺼번에 처벌할 경우 가장 무거운 범죄의 형량 50%를 가중하도록 한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각 범죄의 형량을 더해서 처벌할 경우 필요 형량이 무한하게 확대될 수 있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반면 경합범 관계에 있는 범죄 중 일부 범죄에 대해 형이 확정된 경우 남은 다른 범죄에 대해선 '경합범에 대한 형량감경 원칙'을 적용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한꺼번에 처벌을 받은 경우에 비해 나눠 처벌을 받는 경우가 피고인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도입된 제도다.
문제는 경합범 형량감경을 할 경우 형법이 정한 '법률상 감경'과 같은 것으로 봐 형기를 절반으로 줄일지, 감경 한도가 없는 것으로 봐 형기의 절반 이하로도 줄일 수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조씨의 경우 마약판매죄는 징역 5년 이상의 형으로 처벌하기 때문에 법률상 감경이 맞다는 의견에 따르면 형기를 반으로 줄여 2년6개월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된다. 판사의 재량으로 피고인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추가로 '작량감경'을 할 경우 최저 징역 1년3개월까지 가능해진다.
반대로 감경 한도가 없다는 의견에 따르면 조씨에게는 하한이 정해지지 않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 법률상 감경설에 따른 최저 형량인 징역 1년3개월보다 더 적은 형량을 선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1·2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법률상 감경설에 따라 조씨에게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의 하한을 징역 1년3개월이라고 본 뒤 각종 양형조건을 검토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징역 4년을 확정받은 범죄와 함께 처벌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며 감경의 한도가 없다는 의견에 따라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추가로 기소된 범죄를 앞선 범죄와 함께 처벌받았다면 확정된 징역 4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처벌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데, 법률상 감경설에 따르면 최소 징역 1년3개월을 추가로 선고해야 해 형평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관련 법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판단을 내렸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형법이 감경의 폭이나 방식, 순서에 관해 달리 정하지 않은 이상 이 경우에도 법률상 감경 방식에 따라야 한다"며 감경한도가 없다는 전제에서 형량을 선고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법률상 감경설에 따르면 형평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형을 면제하면 충분하기 때문에 감경 한도가 없다고 봐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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