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의 역설? 심장병 막는 호르몬 수용체 2종 발견
미국 NIH 연구진 학술저널에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마치 '공동작전'이라도 펼치듯이 함께 심장 질환을 막는 두 종류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가 발견됐다.
약칭 GR로 통하는 '당질 대사 부신피질호르몬 수용체(glucocorticoid receptor)'와 MR로 불리는 `무기질 대사 부신피질호르몬 수용체(mineralocorticoid receptor)'가 그 주인공이다.
17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산하 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 과학자들이 이런 사실을 밝혀내 저널 '사이언스 시그널링(Science Signaling)'에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스트레스는 비유적으로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으로 불린다. 그런 스트레스가 쌓이면 부신에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래서인지 코르티솔 하면 스트레스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 장기간 떨어지지 않으면 고콜레스테롤·고혈당·고혈압 같은 심부전 위험 요인이 함께 늘어난다. 그러나 코르티솔이 심장 이외의 다른 조직에서 GR·MR 두 수용체와 결합하면 염증을 완화하기도 한다.
문제는, GR이 단독으로 발현하면 심장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GR의 이런 역기능은,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로버트 오클리 박사가 1990년대에 처음 발견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대학원생이던 그는 존 치들로프스키 교수의 지도 아래 연구원으로 일했다.
당시 오클리 박사의 발견은 동료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로 이어졌다. 제 기능을 못 하는 GR이 평균 이상으로 늘어나면 심장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도 그 과정에서 확인됐다.
그 후 NIELS에서 함께 일하게 된 오클리 박사와 치들로프스키 박사는 다시 생쥐의 심장에서 GR의 발현을 차단하는 실험을 했다. GR을 억제한 생쥐는 다른 요인이 없는데도 심장이 비대해져 심부전으로 죽었다. 그런데 MR을 억제한 생쥐는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었다.
생쥐의 심장에서 GR·MR 두 수용체를 모두 억제하는 실험은 이렇게 이뤄졌다.
당초 이런 '이중 녹아웃(double-knockout)' 생쥐는, GR을 제거한 생쥐와 같거나 더 나쁜 심장 질환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심장 질환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GR 혼자 발현하면 심장 질환 위험이 커지지만, GR과 MR이 함께 발현하면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GR을 차단한 생쥐에선 심부전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가 생겼다. 반대로 '이중 녹아웃' 생쥐에선 심장 질환을 막는 유전자 기능이 강화된다는 걸 연구팀은 확인했다.
치들로프스키 박사는 "GR과 MR이 협력하는 점을 고려해 두 수용체에 동시 작용하는 약을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이렇게 하면 심장 질환의 치료는 물론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