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복원 프랑스 대기업 거액기부에 일각 비판론
좌파 "저소득층에도 그런 관심 보여라"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화재로 피해를 본 노트르담 성당 복원을 위한 프랑스 국내외 모금액이 10억 유로(약 1조3천억원)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대기업들의 거액기부를 놓고 프랑스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란 조끼' 등 좌파진영을 중심으로 거액을 기부한 대기업들에 '생계에 위협을 받는 서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져라'는 요구와 함께 대기업들의 거액기부가 결과적으로 국가의 세수(稅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기부에 따른 세액 공제를 고려하면 사실상 성당의 복원은 국가 예산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성당 복원을 위한 대기업들의 거액기부로 인해 좌파진영으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면서 특히 거액기부로 정부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분노를 촉발하면서 소셜미디어는 물론 좌파진영, 그리고 일부 보수세력으로부터도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대기업들의 복원 기부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성당을 5년 내로 복원할 것이라고 다짐했으나 비판자들은 그동안 저소득층의 곤경에 무관심했던 마크롱 대통령의 '부자 친구들'이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면서 생계유지에 급급한 저소득층을 위해서도 모금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란 조끼 운동의 창시자인 잉그리드 르바바세르는 "사회적 고통에 대한 대기업들의 관성에 대해 소셜미디어상의 분노가 점증하고 있다"면서 "그들(대기업)은 노트르담을 위해 하룻밤 사이 엄청난 액수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의 경우 기부한 액수의 최대 66%만큼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프랑스 납세자들이 비자발적 기부자들이라면서 정부 세수가 세액 공제 혜택 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수계 공화당 소속의 질 카레즈 의원은 대기업들의 거액기부가 정부 예산에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만약 기부 액수가 7억 유로라면 2020년 정부 예산에서 4억2천만 유로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성노조 CGT 지도자 필립 마르티네스는 "만약 그들(대기업)이 노트르담 복원에 수천만 유로를 기부할 능력이 있다면 더는 '사회적 긴급사태'에 지불할 돈이 없다는 소리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거액기부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앞서 1억 유로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던 프랑스 명품기업 케링 그룹의 소유주 피노가(家)는 1억 유로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찌와 이브생로랑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그룹의 프랑수아-앙리 피노 회장은 "프랑스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성당 복원을 위한 소액 기부를 장려하기 위해 1천 유로(약 130만원)까지의 개인 기부에 대해 세액 공제율을 75%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앞서 군참모총장 출신의 장-루이 조르젤랭(70)을 노트르담 성당 복원 책임자로 임명했으며 그는 아직 복원 비용을 추정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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