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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지르고 대피 이웃에 무차별 칼부림…희생자 아이·여성·노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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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지르고 대피 이웃에 무차별 칼부림…희생자 아이·여성·노인(종합)
5명 사망·13명 부상…40대 피의자 정신질환 전력, 평소 이웃 등과 마찰
경찰 "횡설수설…묻지마 범죄 등 범행 동기 수사 집중"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17일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이웃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18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한 안모(42)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안 씨는 현주건조물방화·살인 혐의로 체포된 직후 범행 동기로 임금체불 등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이후 수사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며 정신질환 전력이 드러났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고 범행 동기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부터 아파트 주민들 협박·난동부려…CCTV에 다 찍혀/ 연합뉴스 (Yonhapnews)



◇ 화마 피하려 집 나선 이웃 무차별 공격…순식간에 아비규환
경찰 등에 따르면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 사는 안 씨는 이날 오전 4시 29분께 4층 본인 집 주방에 준비해둔 휘발유를 뿌리고 방화했다.
그 직후 집을 빠져나온 안 씨는 2층 엘리베이터 계단 앞에 자리를 잡고 대피하던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 2자루를 마구 휘둘렀다.
잠에서 막 깨 무방비 상태로 안 씨와 맞닥뜨린 초등학생 6학년·고등학교 3학년 등 10대 여학생 2명과 50대(여)·60대(여)·70대(남) 주민 3명은 과다 출혈 등 치명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이 밖에 6명도 안 씨 흉기에 찔려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흉기에 의한 사상자 11명은 안 씨와 대치하며 주민 대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 관리소 직원 정모(29)씨를 제외하고는 3∼6층 주민이었다.
이들 모두는 아이거나 여성, 노인이었다.
일각에서는 "덩치가 커 힘깨나 쓰게 생긴 주민은 안 씨가 지켜보기만 했다"는 일부 주민 진술을 언급하며 안 씨가 주로 여성 등 약자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들 이외 7명은 화재 연기 등으로 다쳤지만 대부분 옥상으로 대피해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 실탄 빗맞고 테이저건 효과 없고…조현병 전력 몰라
오전 4시 35분께 출동한 경찰은 2층 복도에 있던 안 씨와 대치하다가 물리적 제압이 필요하다고 판단, 공포탄·테이저건·공포탄·실탄 1발씩을 차례로 쐈지만, 테이저건을 제외하고는 맞히지 못했다.
테이저건은 안 씨를 맞히긴 했지만, 옷이 두꺼워서인지 효과가 없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안 씨는 뒤이어 소지하던 흉기를 경찰을 향해 던졌고 오전 4시 50분께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직후 안 씨는 "다 죽인다"는 등 사회를 향한 분노를 표출하며 횡설수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안 씨는 이날 범행 이전 주민 등과 각종 문제를 일으킨 탓에 올해만 해도 7차례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 씨 아파트 윗집 주민은 안 씨의 거듭된 괴롭힘에 최근 따로 집 앞에 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후 해당 CCTV에는 안씨가 오물을 투척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잡혔다.
안 씨는 지난 1월에는 한 자활센터에서 마신 커피 때문에 몸에 부스럼이 난다며 해당 센터 근무자를 폭행해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2010년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돼 편집형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으로 보호 관찰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는 정신병력으로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신질환을 앓던 안씨가 타인에게 폭력적 행동을 수차례 했음에도 관계 당국의 관리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 문제가 있기 때문에 폭력 성향의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 경찰, 범행동기 규명 집중…"정신감정·신상공개 검토"
경찰은 안 씨를 대상으로 정신감정을 실시하는 등 범행 동기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경남지방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등을 조사에 투입한 상태다.
경찰은 안 씨의 범행 전후 정신 상태는 물론이고 계획 범행 여부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은 안 씨가 방화에 쓴 휘발유를 미리 구입한 점, 집에서 흔히 쓰지 않는 흉기를 범행에 사용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안 씨 범행으로 다수 피해가 발생하는 등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해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이날 사건이 2008년 서울 고시원 방화 살인 사건과 판박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상진(당시 31세)은 그해 10월 20일 오전 8시 10분께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고시원 3층 자신의 방 침대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투숙자들을 상대로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당시 사건으로 6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
정상진의 경우 만성 우울증 등을 겪긴 했지만, 범행 당시 변별력이 있는 등 형사책임 능력이 정상이라고 판단됐고 이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잔혹한 범죄"라며 사형을 선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안 씨의 경우 범행이 무차별적이고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봤다는 점에서 묻지마식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ks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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