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 DDP서 韓 소프트파워 보여준 BTS
취재진 300명·팬 수백명 몰려 장사진…온라인도 '들썩'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K팝의 새 역사를 쓴 방탄소년단(BTS)의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회견은 이들의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준 현장이었다.
17일 오전 방탄소년단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이른 아침부터 들썩였다.
300여명 취재진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외신 기자 30명도 참석했다.
BTS(방탄소년단) "사랑의 힘 말하고 싶었다…축제같이 즐겨달라" / 연합뉴스 (Yonhapnews)
면적 2천992㎡인 DDP 알림 1관은 오직 방탄소년단만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다.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콘셉트로 꾸몄다.
앨범 커버 색과 같은 분홍색으로 칠한 벽면과 테이블이 마련됐다. 역시 분홍색 네온 불빛으로 표현한 새 앨범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다. 새 앨범을 들어보는 플레이어 역시 분홍색이었다.
행사장 천장에는 반짝이는 분홍색 불빛으로 세계지도를 표현해 글로벌 기자간담회임을 다시 확인하는 듯했다.
기자간담회는 전 세계 150여개 미디어에서 사전에 받은 질문을 토대로 진행됐다. 천장에 뜬 워드 클라우드의 키워드를 방탄소년단이 선택하면 질문이 화면에 뜨고 해당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형식은 처음 시도된 것이다. 키워드는 이번 앨범 제목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타이틀 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부터 '스타디움', '아미'(ARMY), 'BTS' 등 다양했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DDP에서 개최된 일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진다. DDP에서 가수 기자간담회는 처음이다.
2014년 개장한 DDP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받은 이라크 출신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다. 지난 5년 동안 간송미술관 협력전, 샤넬·루이뷔통·막스마라 등 명품 브랜드 행사, 서울패션위크 등을 유치하면서 문화예술 플랫폼, 특히 디자인 허브로 부상했다.
지난해 9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취재 지원을 위한 메인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곳도 DDP다. 당시 내외신 기자 2천700명이 이곳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대국민보고를 한 곳도 DDP다.
독특한 외관과 구조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꼭 찾는 한국의 명소이기도 하다. 유명 여행 작가 패트리샤 슐츠의 책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천 곳'에도 소개될 정도다.
이런 DDP에서 기자간담회가 개최된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 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날 기자간담회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은 로라 비커 BBC 특파원은 "전 세계 젊은 사람들에게는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아니라 BTS일 수도 있다. 영어로 부른 노래가 아니라 한국어로 부른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다른 K팝 그룹이 아니라 왜 BTS인지 아직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며 "BTS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라고 말했다.
행사장 밖에는 방탄소년단 팬클럽인 '아미' 회원들이 몰렸다. 국내외에서 모인 팬들은 행사 시작 두시간 전부터 DDP를 찾았다. 기자회견장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이들은 방탄소년단과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표정이었다.
태국에서 온 나팟손(17)양은 "4년 전부터 방탄소년단 팬이었다. 그들의 모든 것이 좋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언제나 설렌다"며 "한국 여행 중 방탄소년단의 기자회견장에 와서 너무 행운이다. 앞으로도 계속 방탄소년단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의 열기는 행사장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기자간담회를 생중계한 유튜브 채널 '방탄TV'에는 25만명이 넘는 팬들이 동시에 접속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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