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미세먼지 저감 투자 신항에 집중…홀대받는 북항 노동자
야드 트랙터 경유→LNG 전환 지원 신항 234대 vs 북항 0대
매연 내뿜는 경유 크레인도 북항만 37대…"차등 지원 등 배려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투자가 신항에만 집중돼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북항 노동자들이 소외되고 있다.
17일 항만공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미세먼지 발생 주요 원인의 하나인 야드 트랙터 연료를 경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야드 트랙터는 부두 내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장비로 부산항에는 모두 704대가 운행 중이다.
대당 무게가 30∼40t에 이르는 컨테이너를 싣고 쉼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경유 야드 트랙터가 내뿜는 미세먼지 양은 엄청나다.
부두 운영사가 야드 트랙터 연료를 경유에서 LNG로 전환하면 대당 5천만원의 개조비용 중 절반을 국가와 항만공사가 지원한다.
2014년 2대를 시작으로 2015년과 2016년 각 35대, 2017년 45대, 2018년 126대 등 그동안 243대를 전환했다.
신항 2부두 운영사 PNC는 154대 전부를 전환했고, 3부두 운영사 HJNC는 96대 중 89대를 전환했다.
항만공사는 올해 추가로 100대를 경유에서 LNG로 전환할 계획인데, 대상은 모두 신항 1, 3, 4부두에서 운영하는 야드 트랙터다.
북항에는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157대, 자성대부두 90대, 신감만부두 36대 등 모두 283대가 있지만, 아직 1대도 연료를 LNG로 전환하지 못했다.
올해 지원 대상에서도 빠졌다.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를 운영하는 북항터미널주식회사가 올해 일부 야드 트랙터의 LNG 전환을 신청했지만, 부두 내에 LNG 충전소를 설치할 장소가 없어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외부에서 탱크로리로 LNG를 싣고 와 공급해야 하는 데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면 북항의 야드 트랙터도 LNG 전환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시키는 장치장 크레인도 문제다.
신항은 건설 당시부터 전기방식을 도입했지만, 지은 지 오래된 북항 부두에서는 여전히 경유를 사용하는 크레인이 많다.
북항 4개 부두에서 가동하는 크레인 122대 중에서 37대가 경유를 쓰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항의 노동자들은 선박은 물론, 크레인과 야드 트랙터에서 내뿜는 매연과 미세먼지 속에서 일하느라 건강을 위협받는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될 때는 노조에서 마스크를 지급하지만, 평소에는 아무 보호장구 없이 일하다 보면 목이 따가울 정도로 미세먼지가 많다"며 "같은 항만 노동자인데 북항만 홀대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항만공사가 앞으로 야드 트랙터를 모두 전기충전식으로 대체할 계획도 추진 중이지만, 대당 가격이 2억원을 넘어 북항은 도입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고 운영사들은 전했다.
북항 운영사 관계자는 "신항으로 물동량이 옮겨가고 하역료도 낮아 많은 돈이 드는 장비 개조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북항의 여건을 고려해 신항과 차등 지원하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항 노동자들은 "항만공사가 북항 운영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거나 직접 새 야드 트랙터를 사서 운영사에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주고, 단기적으로는 물청소 차량을 상시 운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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