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 檢 성범죄 무혐의 결정에도 중징계…교사 반발(종합)
"부적절한 발언한 것은 맞다" vs "성적인 발언·접촉 없었다"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정경재 기자 = 전북도 교육청의 교사 징계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도 교육청이 최근 전주의 한 사립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수사기관에서 성범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모 교사에 대해 정직 처분을 요구하자 해당 교사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도 교육청은 김 교사가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학생이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행복한 학교생활을 추구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징계 사유에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른 '성희롱'을 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지난 12일 전주의 한 사무실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 교사는 징계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사는 "학생을 위해 평생을 교실에서 일했는데 소명조차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중징계를 결정했다"며 "이 땅에 학생 인권만 있고 교사의 인권은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가 밝힌 당시 상황은 이렇다.
전주의 한 사립 여자고등학교에서 담임을 맡은 그는 2017년 3월 한 학생을 교무실로 불러 상담했다. 그 과정에서 가족 관계를 묻는 말에 학생이 울음을 터뜨리자, 김 교사는 학생의 무릎을 툭 치며 "울지마. 괜찮아"라며 옆에 있던 휴지를 건넸다고 한다.
김 교사는 당시 괜한 질문으로 학생을 울린 것 같아 종일 마음이 쓰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 일이 이후 학생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해 교사가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식으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2017년 11월 도 교육청 산하 학생 인권심의위원회는 관련 제보를 받고 조사에 나서 학생들을 상대로 면담과 설문조사를 했다.
일부 학생은 윤리 과목을 가르치는 김 교사가 몇 차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내용을 면담과 설문 과정에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사는 이에 "학생의 생활을 지도하는 학년 부장을 맡고 있어서 사복을 입거나 화장이 진한 학생을 훈육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듣기 싫은 소리를 한 적은 있지만, 성적인 의도로 발언하거나 접촉한 사실은 없다"며 "윤리 과목 특성상 일부 보수적인 관념을 알기 쉽게 설명했는데 학생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있었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 교사와 상담했던 학생도 '선생님이 휴지를 주면서 토닥한 것인데 갑자기 이렇게 되니까 어이가 없다. 그런 게 아니라고 했는데 친구들이 무시하고 말을 만들었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사는 이날 상담했던 학생과 그의 어머니를 만나 한 이야기가 담긴 녹취록을 취재진에게 건넸다.
도 교육청은 이후 수사기관에 학생들의 설문 등을 토대로 김 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 모두 김 교사의 일련의 행위를 신체적·언어적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설문 내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목격했다거나 피해를 진술하는 학생이 없어 추행이나 성희롱을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도 교육청은 검찰과 달리 면담과 설문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사실로 받아들여 김 교사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리라고 해당 학교에 요구했다.
김 교사는 "과거 나와 같이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교육청에 의해 성범죄자로 낙인찍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전북) 부안의 한 교사를 알고 있다"며 "직접 겪어보니 왜 그 선생님이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사가 언급한 부안의 교사는 2017년 8월 도 교육청의 조사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그 교사는 학생과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으로 받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으나, 인권센터는 도 교육청에 해당 교사의 신분상 처분을 권고해 유족과 일부 교원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도 교육청은 "검찰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사법과 행정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사법기관은 미성년자를 조사할 때 부모 등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도 교육청은 피해 학생 몇몇을 특정해 직접 조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도 앞뒤 맥락을 보면 판단이 다를 수는 있으나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은 맞다"며 "여러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학교에 징계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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