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땅벌' 영광 재현 도전하는 임계숙 여자하키 감독
도쿄 올림픽 예선전 준비…"북한 선수 합류로 경기력 향상하길"
(진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한국 여자하키의 전성기를 책임지며 '하키여왕'으로 불렸던 임계숙(55)이 이제는 감독으로 '붉은 땅벌'의 영광 재현에 도전한다.
지난해 10월 여자하키 대표팀의 첫 여성 감독으로 부임한 임 감독은 2020 도쿄올림픽의 관문인 오는 6월 국제하키연맹(FIH) 시리즈 파이널 출전을 앞두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11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임 감독은 "6월 대회에서 2위 안에 들어야 10월 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할 수 있다"며 "우승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12년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한국 여자하키 간판선수였다.
1988 서울 올림픽 은메달과 1986 서울 아시안게임,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주도하며 '붉은 땅벌'로 불린 한국 여자하키의 위상을 드높였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아쉽게 준결승에서 탈락하고 선수 생활을 마치면서 임 감독은 후배들이 못다 이룬 세계 제패의 꿈을 이뤄주길 기원했지만 선배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엔 위상이 더욱 추락해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남자는 출전조차 못 했고, 여자는 1무 5패로 탈락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남녀 동반 '노메달'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을 맡게 된 임 감독은 "책임감이 크다"며 "선수 때만큼의 목표를 갖고 있는데 선수 때는 나만 열심히 하면 되지만 지금은 선수들을 끌고 가야 해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전체적으로 전보다 멘털이나 경기력이 처져있는 상황"이라며 "나도 부족한 게 많지만 코치들과 힘을 합쳐서 열심히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는 임 감독은 "일률적으로 따라오라고 하면 안 되니 선수 개인의 성향 등에 맞춰서 지도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자하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이후 큰 폭의 세대교체를 이뤘다.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는데 그래서 체력이나 의욕은 더 넘친다고 임 감독은 전했다.
대표팀은 6월 대회를 앞두고 칠레를 초청해 13일까지 네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점차 경기력이 나아져 첫 두 경기를 비긴 후 3, 4차전을 모두 이겼다.
여자하키는 도쿄 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는 4개 종목 중 하나다. 당초 4∼5월께부터 북한 선수들이 합류해 함께 훈련할 예정이었는데 아직 북측의 답이 없다.
그러나 하키의 경우 단일팀 의사를 먼저 타진한 것이 북측이었던 만큼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금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동훈 대한하키협회 회장은 "지난해 국제하키연맹 총회에서 만난 북측 인사들이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부진했던 것을 안타까워하며 단일팀이었다면 더 성적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실력 있는 선수들이 5명쯤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단일팀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임 감독은 "우수한 북측 선수들이 합류해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칠레 평가전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대표팀은 일본, 인도와 평가전을 더 치른 후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6월 대회에 나선다. 여기서 올림픽 예선 티켓을 따면 오는 10월 14개국이 7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겨루는 예선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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