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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나쁜기업 전성시대'…"우연 아닌 구조문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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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나쁜기업 전성시대'…"우연 아닌 구조문제" 진단
페북·보잉·골드만삭스 등 굴지기업 연일 사건기사
"규제완화·솜방망이 사법·독과점 탓 '범죄배짱' 커졌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을 대표하는 거대 기업들의 범죄가 연일 매스미디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에서 2016년 이후 일반에 알려진 범죄에 연루된 기업들의 주식 시가총액이 최소 1천700조원, 피해 소비자가 최소 2억명을 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계가 이 지경에 이른 배경에는 공익을 해쳐도 그에 걸맞은 책임을 묻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14일 글로벌 매체들을 살펴보면 페이스북, 보잉,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몬샌토 등 미국 기업들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보도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인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선거운동 개입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 연방 검찰은 페이스북이 사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제휴기업들과 공유한 혐의를 수사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던 정치 컨설팅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사용자 8천700만명의 개인정보를 선거운동에 활용한 사실이 적발됨에 따라 이미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은 작년 10월 인도네시아, 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보잉 737 맥스8 기종이 잇따라 추락하자 안전성 문제 때문에 입건됐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가운데 보잉이 로비를 통해 자의적으로 안전인증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거나 기체결함 은폐를 시도했을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인 1MDB를 둘러싼 사기·횡령·돈세탁에 휘말려 말레이시아와 미국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2∼2013년 세 차례에 걸쳐 60억 달러(약 6조8천400억원)에 달하는 1MDB의 채권발행을 대행하면서 나집 라작 전 말레이 총리의 비자금 조성을 돕고 횡령 가능성을 알고도 투자자들을 모집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그 작업의 대가로 골드만삭스가 챙긴 돈은 6억 달러(약 6천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은행인 웰스파고는 2016년 고객 동의 없이 350만개가 넘는 유령계좌를 개설한 범죄가 적발돼 사법처리됐다.
세계적 농약업체 몬샌토는 간판 제초제 '라운드업'의 발암성을 알리지 않은 정황 때문에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라운드업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주장한 이들이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을 받도록 한 평결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기업들의 범죄나 중대과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지는 풍경은 우연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자체조사에서 2016년 이후 공개된 대형사건에 연루된 미국 기업들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1조5천400억 달러(약 1천755조원)라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의 사건 때문에 피해를 본 소비자가 최소 2억명에 달한다고 공익에 대한 악영향을 계산했다.
물론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업체인 폴크스바겐이 디젤엔진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처럼 미국 밖의 기업들도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기업들의 경우 범죄기업의 시가총액이 6천억 달러(약 683조7천억원), 피해 소비자는 3천만명으로 미국보다 작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들이 연루된 중대사건은 종류가 다채롭지만 해당 기업들이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기득권이라는 점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이 잘못 때문에 치르게 되는 대가가 망하지는 않을 만큼 적당히 견딜만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범죄기업 10곳을 표본으로 골라 추적한 결과 사건 여파로 인한 주가 하락의 중간값은 11%에 그쳤다고 밝혔다.
표본들 가운데 최고 이사가 사임한 곳은 겨우 2곳뿐이었으며 전체 10곳 고위임원들의 보수 총액은 사건 뒤에 오히려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개별 산업의 규제가 느슨해지고 형사처분이나 손해배상 소송이 솜방망이가 된 것도 악덕기업 증가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의심했다.
미국에서 기업 범죄 때문에 최고 임원이 투옥되는 일은 거의 없고 집단소송권이 중재 때문에 박탈되거나 민사소송 판결이 기업의 거듭된 이의제기 때문에 10년까지 지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스캔들에 휘말린 기업을 외면하는 방안이 있으나 독과점 때문에 이 또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든 면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보잉을 대체할 항공사는 에어버스밖에 없으나 에어버스는 유휴생산역량이 없고 인터넷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을 떠나기 어려워하며 다른 여러 산업에서도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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