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등판 요청한 한화 김범수, 1차 시험 무대 통과
김범수, 한용덕 감독 찾아가 선발 기회 달라고 요청
SK전 계투로 나서 2이닝 무실점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KBO리그 한화 이글스의 좌완투수 김범수(24)는 2015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기대주다.
좌완투수로는 드물게 최고 구속 150㎞ 안팎의 빠른 공을 던지지만, 제구력이 좋지 않아 주력 투수로 발돋움하진 못했다.
제구력 문제는 수년간 김범수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는 연습경기에서 매번 볼넷을 남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선발 후보군에서 탈락했다.
이런 상황이 김범수에겐 꽤 억울했던 것 같다. 그는 최근 용기를 냈다.
김범수는 한화 한용덕 감독에게 면담 신청을 한 뒤 제구력 문제를 해결할 테니 선발 등판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프로야구에서 선수가 감독에게 직접 의사 표현을 하는 건 드문 일이다. 신인급 선수가 특정 보직을 요구하는 건 더욱 그렇다.
어린 선수의 당돌한(?) 요청에 한용덕 감독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나 내심 기분은 좋았다.
한 감독은 1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얼마나 간절했으면 나에게 찾아와 그런 요청을 했겠나"라면서 "배짱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올 시즌 내로 선발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 무대는 곧바로 열렸다. 김범수는 이날 3-6으로 뒤지던 6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감독실을 두드리던 용기를 마운드에서 뿜어냈다.
6회 1사 1루 위기 강승호와 대결이 백미였다.
그는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집요하게 몸쪽을 노렸다.
몸쪽 스트라이크 존에 걸리는 140㎞ 후반대 빠른 직구를 연속 3개나 던졌다.
코스가 좋아 강승호의 스윙은 모두 파울로 이어졌다.
김범수는 6구 만에 강승호를 내야 땅볼로 유도해 병살타로 이닝을 마감했다.
그는 2이닝 동안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7회 1사에서 상대 타자 노수광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는 등 약점으로 꼽히던 제구력 문제가 간간이 보였지만, 곧바로 영점조절을 다시 하고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한화는 이날 경기에서 3-8로 패했다. 하지만 김범수를 재발견하는 소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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