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정착촌 합병선언, 총선 승리 위한 막판 노림수
이스라엘 정책 전면 번복, '팔 독립국 구상 물 건너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총선 막판에 우파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을 합병할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이미 불안한 팔레스타인과의 관계에 또 다른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9일 총선에서 야당인 중도연합과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네타냐후로서는 정착촌 해당 주민과 정착촌 합병 지지자들의 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나 그의 합병선언은 요르단강 서안 등 지난 1967년 중동전에서 이스라엘 측이 점령한 지역들의 경우 팔레스타인과 협상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정책을 전면 번복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지적했다.
네타냐후 역시 그동안 정착촌 주민들의 합병 요구를 거부해왔으나 자신이 부패혐의로 기소 위기에 몰린 데다 베니 간츠 전 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야당 연합' 블루 앤드 화이트'(Blue and White )의 도전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결국 선거승리를 위해 요구에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네타냐후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는 극우 정당 제후트가 점령지역의 합병을 내세우고 있는 점도 네타냐후 입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대 정착촌 주민들도 그동안 네타냐후와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으며 폭력혐의로 체포된 정착촌 주민들의 처우를 둘러싸고 네타냐후 총리 집 주위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합병선언은 한편으로 미국이 지난해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최근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영토권을 인정하는 등 네타냐후 정권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오고 있는 데 따른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 총선 후 중동평화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60만명의 유대 정착촌 주민과 300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치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 측의 일방적인 새로운 정착촌 건설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좌절속에 유혈 충돌이 빈발해왔으며 이스라엘군도 이 지역을 '충돌 가연성이 높은 지역'으로 경고해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서안 지역의 경우 국제지원이 감소하고 이스라엘군과의 충돌이 빈발하면서 지난해 경제성장이 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트럼프 미 행정부도 유엔 주관 하의 팔레스타인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삭감했다.
서안 정착촌 지역에 이스라엘의 주권을 확장하겠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선언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지도부로부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서안 지역에 이스라엘 법을 확대 적용할 경우 법적, 정치적 분쟁이 잇따를 것이 자명하며 이스라엘 법이 적용될 경우 유대 주민들의 건축 신청이 훨씬 용이하게 처리될 것이니 만큼 정착촌 주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게 명백하다.
반면 팔레스타인 주민들로선 정착촌을 위해 무력으로 영토를 탈취하거나 점령지를 합병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정착촌을 합병할 경우 팔레스타인 주거지 간에 연결을 단절시켜 그동안 중동평화안이 지향해온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반면 일부 정착촌 주민들은 사실상 이스라엘 영토에 사는 현 상황이 오히려 합병선언으로 불안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어 정착촌 합병선언이 실제 네타냐후 지지로 이어질지 미지수이다.
네타냐후의 장기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나선 야당 지도자 간츠는 네타냐후의 태도 변화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하면서 합병선언이 너무 빨랐다고 지적했다.
또 네타냐후와 연정에 참여해온 일부 군소정당들도 네타냐후의 막판 태도 변화로 우익 군소정당들이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하면서 연정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