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스승' 김인식·정민철 "부상 딛고 MLB 100경기 대견"
김인식 전 감독 "신인 시절 아직도 생생…부상 없이 롱런했으면"
선배이자 코치였던 정민철 위원 "어깨 수술 후 재기, 더 놀라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100번째 등판을 앞두고 '스승' 김인식(72) KBO 총재 고문과 '인생 선배' 정민철(47)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감회에 젖었다.
둘은 '빅리거 류현진의 역사'를 가장 잘 아는 야구인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에도 김인식 고문과 정민철 위원에게 꾸준히 연락하며 조언을 구했다.
류현진은 KBO리그를 평정하고, 2013년 사상 최초로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역사를 만들었지만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으며 길고 지루한 재활을 했다.
김인식 고문과 정민철 위원은 힘겨운 시절을 묵묵하게 견딘 류현진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래서 '류현진의 100번째 등판'을 기다리는 둘의 마음은 더 애틋하다.
◇ 괴물 투수의 탄생 = 김인식 고문은 류현진이 프로에 데뷔하기 전인, 2005년 기억부터 꺼냈다.
당시 한화 이글스 사령탑이던 김인식 고문은 2005년 6월 동산고 에이스 류현진이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성남고와의 8강전에서 9이닝 동안 17탈삼진을 기록하며 완봉승을 거두는 장면을 TV로 봤다.
김 고문은 "그때 기억이 워낙 강렬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투구를 했다"며 "한화 스카우트팀과 신인 지명에 대해 상의할 때 그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한화는 2차 1라운드 2순위로 류현진을 지명했다.
지명 전까지 고민은 있었다. 류현진은 동산고 시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김 고문은 "한화가 류현진에 대해 잘 파악했다. 나도 인천 야구에 정통한 김학용 당시 동국대 감독에게 류현진에 관해 물었는데 '몸 상태, 구위, 성격 모두 좋다'는 답을 들었다"며 "그렇게 인연이 됐다"고 했다.
한화와 류현진 모두에게 행운이었다.
김 고문은 2006년 1월 하와이 스프링캠프부터 류현진을 눈여겨봤고 "바로 선발 투수로 써도 되겠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 고문은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면서 일찍 한화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화 코치들에게 류현진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신인 류현진에게 선발 한자리를 내주기로 했다.
류현진은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2006년 4월 1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7⅓이닝 3피안타 무실점 10탈삼진의 호투로 승리를 챙겼다.
김 고문은 "나와 야구팬에게 확신을 주는 투구였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괴물 투수' 류현진이 KBO리그에 등장했다.
◇ "어깨 수술 후 재기…정말 대견해" = 류현진은 2006년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의 놀라운 성적으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와 신인왕을 석권했다.
한화에서 팀 선배, 코치로 류현진과 깊은 인연을 맺은 정민철 위원은 "류현진은 정말 격이 다른 투수"라며 "일단 고교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고도 KBO리그에서 엄청난 투구를 했다. 출발부터 비범했다"고 회상했다.
2012년까지 KBO리그에서 190경기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으로 활약한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메이저리그 첫해 류현진은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올리며 연착륙했다.
김 고문과 정 위원 모두 "잘하길 바랐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김 고문은 "당연히 잘하길 바랐다. 하지만 속단할 수 없었다"며 "류현진이 미국 진출을 준비할 때 내가 '데릭 홀랜드만큼은 하지 않겠나. 더 잘할 수도 있고'라고 예상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2013년 홀랜드는 10승 9패 평균자책점 3.42를 올렸다. 류현진의 성적이 조금 더 좋았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뛴 적이 있는 정 위원은 "류현진은 더 높은 무대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했다. 국외 생활을 할 때는 자존감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류현진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보냈다"고 했다.
2014년에도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하며 순항하던 류현진은 2015년 부상 암초에 걸렸다. 그는 그해 5월 어깨 수술을 받았다.
류현진은 묵묵하게 지루하고 고된 재활을 견뎠다. 김 고문과 정 위원은 조용히 류현진을 응원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극도로 낮은 재기 확률'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7년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로 가능성을 확인했고, 2018년에는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맹활약했다.
정민철 위원은 "선수 생명까지 건 수술이었다. 그런데 류현진은 어깨 수술 후 재기해 100경기 등판까지 눈앞에 뒀다"며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에 성공한 건, 100경기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겠나. 정말 대견하다"라고 말했다.
◇ "2019년 좋은 출발…부상 없이 롱런하길" = 2019년 류현진은 3월 2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2001년 박찬호(당시 다저스) 이후 18년 만에 빅리그 개막전에서 승리를 챙긴 한국인이 됐다.
4월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도 7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역투해 시즌 2승째를 거뒀다.
2경기 13이닝 동안 사사구를 한 개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제구도 뽐냈다.
김 고문은 "류현진이 개막전에 잭 그레인키, 다음 등판에서 매디슨 범가너 등 상대 에이스와 맞대결을 했는데, 압도적으로 좋은 투구를 했다"며 "사사구가 없다는 점도 고무적이다"라고 했다.
조심스러운 성격의 김 고문은 '속단'하지 않았다. 그는 "애리조나, 샌프란시스코보다 더 좋은 공격력을 지닌 팀과 상대해봐야 더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 것 같다. 류현진의 기량뿐 아니라, 지난해보다 약해 보이는 다저스 불펜이 승리를 날리지 않고 상대 타선을 막을 수 있을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 고문과 정 위원 모두 "류현진이 건강만 유지하면 개인 최고 기록도 세울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일단 류현진은 '건강'을 자신한다. 김 고문과 정 위원은 류현진이 건강을 자신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김 고문은 "류현진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 나와 만나 '김용일 코치를 개인 트레이너로 고용해 한 시즌을 같이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무척 긍정적인 변화다. 류현진이 그만큼 건강에 신경 쓰고, 몸에 투자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 위원은 "예전에 류현진은 건강이 화두에 오르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올해에는 '정말 몸 상태가 좋다'고 하더라.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보였다"고 전하며 "몸이 너무 좋아서 무리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물론 류현진과 다저스 코치진이 적당하게 조절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빅리그에서 99경기에 등판해 48승 2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7을 올린 류현진은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100번째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류현진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응원하는 김 고문과 정 위원은 '100번째 등판'에 의미를 두면서도 '당장의 1승'이 아닌 '롱런'을 기원했다.
김 고문은 "류현진은 정말 잘하고 있다. 물론 100번째 경기에서 호투하고 승리하면 좋겠지만,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건 건강하게 오래 빅리그에서 던지는 것이다. 시즌을, 야구 인생을 길게 보고 몸을 잘 챙겼으면 한다"고 바랐다.
정 위원도 "류현진이 등판할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희열을 느낀다. 그 기분을 오래 느꼈으면 한다"며 "어려운 시절을 잘 견뎠으니, 이제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메이저리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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