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TV서 한일관계 발언한 한국 교수에 '착불 선물 테러'
물건값·배송비 수신자에 떠넘기는 수법…日 극우 인사들 소행 추정
전화 이메일 공격도…"테러이자 범죄로 공포 느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TV에 출연해 한일관계에 대해 발언한 한국인 교수에게 '착불'로 대량의 물건이 배달되는 '괴롭힘' 사례가 발생했다.
이런 종류의 괴롭힘은 최근 들어 일본 극우들이 자신의 의견에 반대되는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수법으로, 일본 경찰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에 나섰다.
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영채 게이센조가쿠인(惠泉女學園)대 교수의 대학 사무실에 2월 중순~3월 중순 20여회에 걸쳐 건강보조식품, 커피, 식초, 한국어 강좌 안내 등을 담은 소포가 대량으로 배달됐다.
소포는 익명으로 배달됐으며 상품대금과 배송료 등 비용은 받는 사람이 내는 '착불' 방식이었다.
이 교수는 민영 방송사의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한국 정치와 강제 징용 문제 등에 대해 발언을 한 적 있는데, 일본 극우 인사들이 이 교수를 괴롭히기 위해 이런 소포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극우들로부터 전화나 이메일, 인터넷 글 등을 통해서도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공격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언론을 억압하려는 테러이자 범죄로, 용서할 수 없다"며 "다음에 어떤 물건이 배달될지 모르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물건을 받는 대학 측에도 민폐다"고 비판했다.
일본에서는 극우들이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물건을 주문하면서 받는 사람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강매 괴롭힘'을 시민단체 활동가나 변호사 등을 상대로 자행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타큐슈(北九州)시의 무라카미 사토코(村上聰子·53) 시의원의 경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비판적인 인사가 강사로 나선 강연회에 사회를 봤다가 착불로 속옷 배달을 받는 괴롭힘을 당했다.
갓난아이를 안고 시의회 회의에 출석해 화제가 됐던 구마모토(熊本)시의 오가타 유카(緖方夕佳) 시의원이나 여성의 권익 관련 발언에 적극적인 기타하라 미노리(北原みのり) 작가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이 교수의 대리인인 이보리 아키라 변호사는 "범인을 찾아내 처벌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더 횡행할 것"이라며 "자기 생각을 밝히는 사람은 고용하지 않으려 하는 움직임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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