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곳곳에 일제강점기 방공호…근대건조물로 보존될까
부산시, 옛 부산요새사령부 인근 대형 방공호 등 현장조사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부산시가 일제강점기 부산 곳곳에 조성된 방공호 등 시설물 조사에 나섰다.
6일 부산시와 부산발전연구원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부산 중구 동광동 한 방공호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모두 3천300㎡(100평) 규모로 추정되는 이 방공호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것이다.
한국전쟁 때는 내부에 피란민이 살았고, 지난해까지 이곳에 살던 가구가 이사하면서 석 달 넘게 빈 상태였다.
조사에 참여한 오재환 부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피란수도 유산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방공호는 부산 중구 코모도호텔 자리에 있던 부산요새사령부 부속시설로 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방공호 위에는 주택과 상가 등이 들어서 있다.
부산에서는 이 방공호 외에도 중구 등 원도심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방공호가 곳곳에 있다.
패전이 임박한 일제가 포진지를 파괴하거나 방공호 입구를 막는 등 흔적을 지웠기 때문에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시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방공호는 개인이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면서 지역 명소로 꼽히기도 한다.
강서구 가덕도 외양포 포진지 등은 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여행하며 교훈을 얻는 '다크투어리즘' 코스로 자리 잡았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은 "중구 방공호에는 한국전쟁 때 피란민 30가구가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근대건조물이면서 역사성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는 일제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부산지역 산비탈에는 방공호를, 해안가에는 포진지를 상당수 조성한 것으로 추정한다.
방공호는 폭격 등에 대비한 대피 장소, 포진지는 해안으로 다가오는 함정을 공격하는 용도로 조성했다.
오 연구위원은 "피란수도유산이나 근대건조물로 보존하려면 이를 증빙할 설계도 등 관련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일본 측에 이런 자료가 있는지, 피란민 관련 자료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존을 위해서는 시설물 소유권 문제 정리와 매입 예산편성 등 고려할 부분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pitbul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