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 일당스님 그림 횡령한 문하생 2심서도 징역 3년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그림 그리는 스님인 '화승'(畵僧)으로 살다 입적한 일당 스님의 그림을 멋대로 처분한 문하생이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부(박우종 부장판사)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고모(67)씨의 항소심에서 고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고씨는 2014년 7월 '박물관을 지어 그림을 보관하라'는 일당 스님의 부탁에 따라 그림 64점을 위임받아 보관하다 같은해 12월 스님이 입적한 직후 이를 처분해 수억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고씨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고씨는 검찰이 사실관계를 일부 오인하고 있으며, 자신에게 선고된 형량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고씨의 횡령 혐의 일부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했으나 형량은 그대로 유지했다.
법원에 따르면 고씨는 2012년부터 스님의 시중을 들면서 그림을 배우는 문하생으로 지내다가 스님이 돌아가시기 몇 개월 전 그림을 받았다.
그러나 약속한 박물관 건립 사업은 실제 진행되지 않았고, 일당 스님 유족이 그림들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고씨는 이를 거부하고 그림을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서 고씨는 위임받은 그림 중 30점을 한 기업에 3억원가량에 팔고 15점은 썩어서 버렸으며, 나머지 몇 점은 주변에 무료로 나눠줬다고 진술했다.
일당 스님은 일제 강점기 유학파 출신 문인이자 한국 불교 최고의 여승으로 불린 일엽 스님(1896∼1971)이 출가 전 일본인 오다 세이조(太田淸藏)와 만나 낳은 아들이다.
그는 이당 김은호(1892∼1979) 화백에게서 그림을 배웠고 일본 도쿄 제국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한일 양국에서 화려한 색감의 불화나 인물화를 그리는 동양 채색화 기법으로 작품활동을 하다가 66세의 나이로 출가해 화승으로 살았으며 2014년 12월 25일 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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