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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연기 '한 번 더'…메이, 야당 손잡고 돌파구 마련?
관세동맹·단일시장 잔류 여부가 핵심…의회 표결 거쳐야
유럽의회 참가 여부 안 밝혀…EU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 필요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노 딜'(no deal) 우려가 커지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결정했다.
한편으로는 하원의 벽에 가로막힌 브렉시트 합의안 돌파구 마련을 위해 제1야당인 노동당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노동당과의 간격을 줄이기 쉽지 않은 데다, 막상 합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영국 하원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승인까지 여러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노 딜'은 안된다…추가 연기 후 노동당과 대화
메이 총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특별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브렉시트 계획을 논의했다. 정부 각료들은 물론 고위 관료들까지 참석한 이날 회의는 무려 7시간 이상 지속됐다.
전날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대안을 놓고 두 번째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실시했지만, EU 관세동맹 잔류와 노르웨이 모델, 제2 국민투표 등 어떤 안도 의회 과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영국 정치권이 계속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EU 내에서는 '4월 12일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브렉시트 협상을 이끌어온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정책센터' 연설에서 "지난 며칠간 '노 딜' (브렉시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은 물론 EU 회원국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메이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EU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연기는 가능한 한 짧은 기간에 그쳐야 한다며 유럽의회 선거가 있기 전인 5월 22일 이전 모든 절차를 마무리 짓는 방안을 희망했다.
그러면서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에게 대화를 제의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물론 의원들의 여러 대안 역시 하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자는 것이다.
다만 메이 총리는 대화의 초점을 브렉시트 합의안 중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을 제외한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맞췄다.
EU가 탈퇴협정 재협상 불가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 EU와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에 관해서 합의점을 찾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코빈 대표는 그동안 EU 관세동맹 잔류, 단일시장과 긴밀한 관계 유지 등을 주장해왔다.
반면 메이 총리는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모두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결국 코빈 대표에 대화를 제의한 만큼 메이 총리는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과 관련해 기존의 '레드라인'(한계선)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 브렉시트 강경론자 반발·EU 만장일치 승인 벽 넘어야
문제는 그다음이다.
메이 총리는 코빈 대표와 합의점에 이르면 이후 의회 승인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만약 관세동맹이나 단일시장과 관련해 노동당과 합의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입장에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잔류할 경우 제3국과 자유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단일시장에 잔류하면 EU 회원국 주민이 영국 내 자유롭게 거주하고 이동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EU 분담금 기여도 계속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무늬만 브렉시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정작 노동당과 합의에 도달했지만 보수당 및 기타 정당 브렉시트 강경론자의 반발로 인해 의회의 과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하원 문턱을 넘어도 과제는 남아 있다.
메이 총리는 코빈 대표와의 합의안이 의회 승인을 거치면 오는 10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EU는 영국 하원이 지난주까지 EU 탈퇴협정을 승인할 경우 브렉시트 시한을 당초 예정된 3월 29일에서 5월 22일로 연기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4월 12일 '노 딜' 브렉시트를 하는 방안과 5월 23일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장기 연기'를 하는 방안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이미 EU 탈퇴협정 승인 시한이 지나갔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노 딜'을 택하거나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전제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메이 총리는 그러나 이날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EU에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 뜻은 없다고 강조했다.



EU 입장에서는 10일 정상회의에서 '노 딜'도 아니고 유럽의회 선거 참여도 밝히지 않은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수용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브렉시트 연기는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다만 EU 내에서도 '노 딜' 파국만은 막자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영국 정치권이 합의에 도달한다면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브렉시트 수석 협상가는 이날 메이 총리 성명 내용이 전해진 뒤 트위터에서 "메이 총리가 초당적 타협안을 찾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하지 않는 것보다는 늦더라도 하는 것이 낫다(Better late than never)"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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