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불법환적의심 韓선박 첫 억류…안보리제재 위반혐의(종합)
선박간 이전 수법…정부, 美첩보로 조사착수해 작년 10월부터 부산항서 출항보류
지난달엔 美불법환적 '주의보'에 韓선박 포함되기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선박 대 선박' 이전 방식으로 북한 선박에 석유 제품을 옮겨실었다는 의심을 받는 한국 국적 선박이 반년 가까이 부산항에 억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2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국적 선박 1척의 출항을 보류하고 있다"며 "관계 당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안보리 결의 위반 의심 선박에 대해서는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안보리 결의 적용에 대해서는 미국 및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와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건조된 이 선박의 원유 적재용량은 7천850여t이며 길이는 110m, 폭은 19m다.
한국 국적 선박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로 출항이 보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도 한국 정부는 선박 간 환적에 가담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와 '코티'호,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는 데 관여한 '탤런트 에이스'호 등 외국 국적 선박 3척을 억류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 9항은 결의상 금지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 항구에 입항한 해당 선박을 나포·검색·동결(억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해당 선박이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제유를 건넸다는 미국측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했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아 이같이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가 사실로서 최종 확정될 경우 유엔 안보리의 제재대상 선박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선박 대 선박 간의 불법 환적을 통한 북한의 석탄 수출과 유류 밀반입 등은 미국 정부가 대북제재 이행 감시와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하는 분야다.
최근 미국 해안경비대(USCG) 소속 버솔프 경비함(WMSL-750·4천500t급)이 해상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불법환적 등 제재 회피 행위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에 기항한 바 있다.
또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는 지난달 12일 공개한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이 정교해지고 그 범위와 규모도 확대됐다"면서 "석유제품의 불법 환적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작년부터 한국 선박 또는 법인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저촉되는 행위에 연루된 사실이 잇달아 적발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작년에는 한국 수입업자들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상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반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3개 법인이 2017년 4월부터 그해 10월까지 국내 반입한 북한산 석탄과 선철의 규모는 3만5천38t이고, 금액은 66억 원 상당이라고 관세청이 작년 8월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한국 수입업자들이 북한산 물품의 중개무역을 주선하면서 수수료 형식으로 북한산 석탄을 받아 한국으로 반입했으며, 그 과정에서 러시아에서의 환적 방식으로 석탄의 원산지를 속인 혐의가 확인됐다.
또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불법 해상운송과 관련한 주의보를 발표하면서 대북 불법 환적 관여 의심 선박 명단에 한국 루니스(LUNIS)호를 포함했다.
하지만 루니스호 선사 에이스마린 관계자는 지난해 9∼10월 대북 거래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의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개별 선박 차원의 일탈 행위는 선박과 선박 회사가 제재를 받는 정도의 선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국의 첩보를 받은 우리 당국이 안보리 결의 이행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면 이 건으로 인한 한미 갈등 소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센터장은 "우리 선박이 대북 불법환적에 활용되었다면 정부가 그런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선박 회사나 선박에 대해 충실히 계도하고 감시했느냐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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