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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잃어 전역 앞두고도 상병인 줄"…6명 사상 지프사고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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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잃어 전역 앞두고도 상병인 줄"…6명 사상 지프사고 그 후
가족 "단기 기억상실 탓에 동료 장병 2명 사망도 인식 못 해 안타까워"
"불의의 사고 잊힐까 더 걱정"…軍 "피해 장병 지원 최선 다해"


(철원=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전역을 한 달여 앞둔 병장인데 자신을 아직도 상병이라고 인식하고 있어요. 단기 기억상실로 지난 몇 달간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사라졌나 봐요. 그날 사고 때문에…"
지난달 5일 강원 철원에서 2.5t 화물차가 작전 수행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 중인 군용지프를 들이받아 군 장병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고가 난 지 한 달.
피해 장병과 가족들은 그날 사고의 악몽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중 당시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김모(21) 병장은 단기 기억상실 증세로 사고 직전 몇 달간의 기억을 잃었다.
경기 의정부의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인 김 병장은 다음 달 3일이 전역인데도 자신을 아직 상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고 이후 김 병장의 병간호를 위해 한 달째 병원에 머무는 어머니 A(53)씨는 "처음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사고 충격으로 몇 개월 전의 기억을 잃은 아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밤마다 몸부림치는 바람에 손발을 침대에 묶어 놓기도 했다"며 "아들은 당시 사고로 동료 2명이 순직한 줄도 아직 모르고 있다. 아마 그 사실을 알게 되면 큰 충격에 빠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병장의 어머니는 아들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당시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졌다. 하지만 결과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
사고는 지난달 5일 오전 9시 19분 철원군 서면 자등리 인근 463 지방도에서 발생했다.
중국 국적의 강모(39)씨가 몰던 2.5t 화물차는 내리막 도로를 운행 중 김 병장이 탄 육군 6사단 소속 군용지프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지프 운전자 현모(22) 하사와 운전석 바로 뒤에 타고 있던 이모(21) 상병 등 2명이 숨졌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김 병장과 뒷좌석에 탄 나머지 병사 3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이들 군 장병 6명은 방공진지 작전 수행을 위해 진지로 투입하던 중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내리막을 운행하던 화물차가 중앙선을 넘었고, 정상 주행 중인 군용지프를 들이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화물차는 오른쪽 가드레일을 충격하고서 왼쪽으로 넘어졌다.
사고 직후 화물차 운전자 강씨는 당시 차량의 조향·제동장치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차량 감정 결과 조향·제동장치는 정상적으로 확인됐다.
강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첫 재판은 지난달 29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렸다.
하지만 피해 장병 가족들은 사고 조사를 비롯해 후속 조치와 군 당국의 지원에 상당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다.
김 병장 가족의 한 지인은 "사고 조사와 결론에 대한 내용을 가족들이 전혀 알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며 "군에 보낸 내 자녀들이 어떻게 불의의 사고를 당했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전했다.
이어 "전역을 앞둔 김 병장의 경우 더 많은 시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데 전역 후에도 군의 지원이 가능한지 등도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군 당국은 3일 "사망 장병의 순직 절차와 부상 장병의 치료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유가족·환자·피해 가족 지원팀 등으로 나눠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며 "피해 장병이 겪은 불의의 사고가 잊히지 않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고로 숨진 장병 2명에 대해서는 군 당국 차원의 순직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j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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