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임정 百주년](63)"독립기념관 수익ㆍ효율 재단 안돼"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3·1운동은 우리 역사상 첫 '주권재민' 의식 고취 운동"
"민족통합 지향하는 독립운동사 교육ㆍ전시ㆍ연구 통해 평화통일 기초 마련할 것"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독립기념관을 아직도 수익성ㆍ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재단하려는 시각이 있어 안타깝다."
이준식 독립기념관장(63)은 지난달 27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연합뉴스와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나라 사랑의 정신을 일깨우는 역할, 즉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독립기념관에 국가 예산 사용을 들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친일파를 제외하고는 남녀노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만세운동에 참여했다는 데서 3ㆍ1 운동의 의미를 찾아왔는데, 최근에는 거기에 더해 주권재민이라는 더 큰 역사적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며 말문을 뗐다.
이 관장은 또 "지금 한반도에서는 평화공존,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다"며 "이럴 때 민족통합을 지향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연구·전시·교육함으로써 평화공존, 평화통일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 통일을 대비한 독립기념관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관장과의 일문일답.
--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의미는.
▲ 3·1운동 하면 많은 사람이 거족적·민족적 독립운동을 떠올린다. 1919년 당시 약 두 달 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 등 동포들이 사는 모든 곳에서 대한독립 만세가 메아리쳐졌다. 독립선언과 만세시위가 시작되자마자 곧 민국(民國), 민간정부 등의 이름 아래 임시정부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임시정부 수립 운동은 국민이 주권을 갖는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지향했다.
올해가 단순히 3·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에 그치지 않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우리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 광복과 관련해 청년세대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 서러움 중에 가장 큰 설움이 집 없는 설움이라고 한다. 민족으로 치면 가장 큰 설움은 나라 없는 설움일 것이다. 100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이 그랬다. 그래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떨쳐 일어났다. 무능한 정부 대신 민초들이 의병이라는 이름 아래 총칼을 들고 일제와 맞서 싸웠다. 그러나 의병 전쟁에서 지는 바람에 1910년 강제병합으로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고 말았다.
우리 민족은 좌절하지 않았다. 일제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힘들더라도 자유민으로 살기 위해 독립운동을 벌인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독립운동에 투신했는지 그 전모를 알 수는 없다. 얼마 전에 화제가 된 신흥무관학교라는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 가사처럼 독립운동가들은 기록도 남기지 않고 그래서 이름도 남기지 않고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1945년 8월의 해방은 그냥 남이 준 선물이 아니었다. 독립운동가들이 벌인 독립운동의 결과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2005년 헌법재판소에서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존재한다'는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한 적이 있다. 굳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독립운동의 계승자다. 독립운동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만히 있었으면 세속적인 성공과 출세가 보장된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이 개인적인 이익이 아니라 독립과 해방이라는 공적인 이익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독립운동의 역사에서 청년세대가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한다.
-- 남북통일을 대비한 독립기념관의 역할은.
▲ 독립기념관에는 통일 염원의 동산이 있고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타종행사를 할 수 있는 종도 있다. 독립운동과 통일이 무슨 관련이 있냐고 여기는 분들도 있겠지만 독립운동이야말로 통일을 위한 자양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독립운동의 역사 자체가 진영 사이의 연대와 통합을 이루어나간 역사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들은 늘 조국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꿈꾸었는데 여기서 완전한 자주독립이란 바로 민족통합이 이뤄져 그 통합된 민족의 힘으로 자립을 유지할 수 있는 독립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서는 평화공존,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다. 이럴 때 민족통합을 지향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연구·전시·교육함으로써 평화공존, 평화통일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 통일을 대비한 독립기념관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다가올 100년, 독립기념관의 역할은.
▲ 독립기념관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분노한 국민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국민이 주인인 곳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국난극복사·국가 발전사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 연구, 전시 등을 통해 국민과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민족 문화의 정체성 확립과 올바른 국가관 정립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설립된 국민통합의 중심기관이다. 지난 30년 동안 독립기념관이 이룬 것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는 독립기념관의 위상과 역할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3·1운동을 포함한 독립운동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상황과도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의 민주주의의 한 뿌리로 3·1운동, 더 나아가 전체 독립운동을 봤으면 한다. 현행 헌법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것이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오늘날 대한민국이 독립운동의 바탕 위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이 그런 인식을 갖는데 독립기념관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 독립기념관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 독립기념관은 자료 수집·연구·전시·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 자료 수집과 연구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 30년 동안 독립기념관이 제 역할을 다했는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었다. 독립기념관이 문을 연 직후에는 부설 연구소인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중심이었지만 여러 이유로 (활동과 역할이) 침체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전시와 교육 분야의 사업이 오히려 돋보이게 됐다. 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자료 수집과 연구 분야의 사업을 다시 활성화해 각 사업이 유기적으로 진행되는 체제를 갖추도록 하겠다.
--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공공기관 본연의 임무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특히 독립기념관처럼 국가 상징정책의 하나로 세워진 기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아직도 독립기념관을 수익성·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재단하려는 시각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독립기념관처럼 유형의 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기관의 경우에는 국가의 예산을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낭비라는 시각이 아직도 일부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기념관은 매년 165만명가량의 관람객에게 독립운동사를 중심으로 나라 사랑 정신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단지 수익과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재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최근에는 해외 동포 사회는 물론이고 국내 벽지의 학교와 군부대를 직접 찾아가서 전시하고 교육하는 일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국민께서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무형의 가치를 창출하는 독립기념관의 존재 의의를 평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여서 정부도 국민도 독립기념관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관람객도 작년보다 올해 40%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이런 관심이 계속돼야 한다는 거다. 정부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 이준식 독립기념관장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특별연구원,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조교수)를 지냈다. 2006∼2010년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 상임위원, 2013∼2017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2016년 근현대사기념관 관장을 거쳐 2017년 12월 18일 제11대 독립기념관 관장에 취임했다. 지청천 한국광복군 총사령관이 외할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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