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승' 이형범 "올해는 정말 잘 풀리려나 봅니다"
"투심 비율 높인 게 주효…작년보다 투심 각 커져"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접전이 펼쳐지면 김태형(52) 두산 베어스 감독은 우완 이형범(25·두산 베어스)을 찾는다.
이형범은 이미 두산의 필승조로 인정받았다.
시즌 초, 운까지 따른다.
이형범이 등판해 위기를 막으면, 두산 타선이 폭발했다.
이형범은 30일까지 5경기에 등판했고, 3승 1홀드(평균자책점 2.70)를 챙겼다. 2019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챙긴 투수가 이형범이다.
지난해까지 개인 통산 2승을 거뒀던 그는, 팀이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벌써 3승을 올렸다.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만난 이형범은 "올해는 정말 잘 풀리려나 보다"라고 웃었다.
이형범은 '양의지 보상선수'다.
2012년 특별지명으로 NC 다이노스에 입단해 2014∼2015년에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한 이형범은 지난해 12월 18일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NC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자 두산은 젊은 우완 투수 이형범을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NC에서 선발로 롱릴리프를 오가던 그는 두산에서 불펜 승리조로 자리 잡았다.
이형범은 "이렇게 자주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한 경기 한 경기 등판해서 열심히 던졌는데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신다. 다시 열심히 던지면서 보답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형범은 '손끝 감각'이 있는 투수다. 볼을 남발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행운까지 따르니, 김 감독과 이형범 모두 즐겁다.
이형범은 26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1로 맞선 7회초 2사 1, 2루에 등판해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제리 샌즈를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막았다. 두산 타선은 7회말 6점을 뽑았다.
29일 대구 삼성전에는 2-2 동점이던 8회말 1사 1, 2루에 마운드에 올라 김헌곤을 3루수 앞 병살타로 요리했다. 두산은 9회초 한 점을 얻어 3-2로 승리했다.
이형범은 30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1-2로 끌려가던 8회말 2사 2루에 등판해 강민호를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두산은 9회초 터진 오재일의 역전 3점포로 4-2,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렇게 3승을 챙긴 이형범은 "그냥 '꼭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지는 데,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준다. 올해는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요한 상황에 내보내주시면, 잘 막으면서 보답하고 싶다. 팀이 계속 이겨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시즌 초 이형범의 무기는 투심 패스트볼(투심)이다. 30일까지 이형범의 총 투구의 75%를 투심으로 채웠다.
이형범은 "투심 각이 작년보다 커졌고 제구도 좋아졌다. 다행히 아직은 땅볼 타구, 빗맞는 플라이 등이 나온다"며 "선발, 롱릴리프로 뛸 때는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여러 구종을 던졌는데 지금은 짧은 이닝을 막아야 하니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을 자주 활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화순고 재학 중 이광우 당시 감독에게 투심을 배웠다. 한동안 던지지 않다가 2017년부터 투심을 다시 활용했다.
이형범은 "내 직구(포심 패스트볼)는 시속 140㎞대 초중반이다. '직구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고, 무빙 패스트볼을 연마했다"며 "스프링캠프 기간에 투심 제구를 잡고자 노력했는데 각이 커지는 효과까지 얻었다. 작년에는 높게 제구되거나 타자들이 처음부터 볼이라고 판단할만한 공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실투가 줄었다"고 했다.
벌써 5경기에 나섰지만,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형범은 "많이 자고, 잘 먹고, 트레이너 도움으로 보강 훈련도 열심히 한다"며 "자주 등판하고 싶다"고 했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