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대선 출마 질문하자 "황홀한 덫이긴 한데…"(종합)
순방 간담회…내년 총선 출마 여부엔 "제 마음대로 되는 것 아냐"
"추경 준비 시작…IMF 권고 수준(9조원)까지 되긴 쉽지 않아"
"미세먼지 한·중 협력, 이전보다 힘갖고 추진될 가능성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신의 향후 거취 문제와 관련해 "앞날에 대해 그다지 계획을 갖고 있지 않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지난 3월 28일 중국 충칭 시내 식당에서 몽골·중국 순방 동행 기자단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계획 등 정치적 거취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리는 기자단이 총선 출마 여부를 거듭 질문하자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역할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에는 "역할 주실 분들이 생각하지도 않는데 '역할 주신다면 기꺼이…' 이런 소리를 하면 실없는 사람이 되지 않느냐"며 "가봐야겠죠"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총선 때 (총리가 아닌) 자연인으로서 당을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자연인이면 더 잘 도와지겠죠?"라고도 대답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도 거론되는 이 총리는 현시점에서 대선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국민과 당의 뜻이 모아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가정형 질문에는 "황홀한 덫이긴 한데…"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더 많이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겠다는 것을 연일 깨닫는다"며 "정책을 세울 때, 정책을 전달할 때, 집행과정을 점검할 때 놓치기 쉬운 것들이 꽤 많은데, 똑같은 상황이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이제는 실수를 좀 덜 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한다. 총리로서"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계획에 대해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미세먼지 관련법이 여러 개가 통과됐는데 이로 인해 새롭게 할 수 있게 된 일이 있어서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가능한 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사회재난, 대량실업 등이 있는데 미세먼지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추경 규모에 대해선 "재원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수준(9조원)까지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회담 이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협력 계획에 대해 "리 총리의 공식적인 말씀은 행정조직을 통해 바로 하달되는 것으로 안다"며 "(회담에서의) 그 말씀이 양국 환경부 장관의 합의보다는 힘을 갖고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본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각자 할 것을 하면서 함께 할 것은 함께 하는 개념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국내 미세먼지 범국가기구 위원장을 맡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에 대해 "반 전 총장이 도와주시는 건 큰 원군이 되지만 큰 짐을 드릴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또 하나의 통로를 가져보는 것으로, 반 전 총장이 중국 고위층을 만날 기회를 간혹 갖는 분이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리는 회담에서 중국의 반도체 반독점 조사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배려를 요청하자 리 총리가 '법에 따라 공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답한 것과 관련, "저는 공정한 법 집행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면서 "그 정도면 한국 총리의 뜻이 무엇인지 전달됐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후보자들의 결격사유가 제기됐는데 임명제청권이 있는 총리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청문회 과정에서 해명되는 것도 있고, 해명이 된 의혹도 사실인 것처럼 그대로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그것만 놓고 판단하는 것에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를 좀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31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청와대의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지명철회 이전에 나온 것이다.
이 총리의 이번 순방에는 14개 언론사, 23명의 기자단이 동행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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