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 발묶인 외국자본…당국, 선거 앞두고 '脫리라' 제동"(종합)
블룸버그 보도…"리라 급락 직후 리라 자산 매각 극도로 어려워져"
"패닉 차단 효과" "시장개입 과도" 반응 동시에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선거를 앞두고 리라 방어에 소매를 걷어붙인 당국 조처로 외국자본이 터키에 발이 묶인 모양새다.
25∼26일(현지시간) 터키리라화 가치는 미(美)달러 대비 8% 넘게 상승해 22일 급락분을 만회하고도 추가 상승했다.
27일 정오께 이스탄불 외환시장에서 리라화는 1달러 당 5.37리라 대에 거래됐다.
22일 리라화는 중앙은행의 보유 외환 감소와 경제 주체의 외화 잔고 증가 등 외환 지표, J.P. 모건의 리라 매도 권유 보고서 등이 맞물려 하루 5.1% 급락했다.
올해 들어 터키 당국이 선거를 앞두고 보유 외환을 동원해 리라화를 방어하고 있다는 의심이 만연했고, 보유 외환 감소 보고와 개인·기업의 외환 잔고 증가는 이러한 의심을 방증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졌다.
에너지 대금과 채무 변제로 보유 외환이 감소한 것이라는 중앙은행의 해명도 시장을 진정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그로부터 단 2거래일 만에 가치를 회복한 것은 중앙은행의 통화 수축 대책과 함께 외국자본의 리라 투매를 차단하는 각종 조처 덕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22일 리라 급락 후 외국 투자자들이 리라 자산 매각·해지와 외환스와프(일정 기간 후 특정 통화에 대한 매도·매입 약정 거래) 이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익명을 요구한 금융인 4명을 인용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이 터키 금융기관을 상대로 유동성 공급을 더욱 옥죄고 나선 데다 작년 리라 폭락사태 이후 역외 시장에서 리라 유동성 공급을 제한한 규정이 맞물려 해외 리라 유동성이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이틀 새 국외에서 리라 자금 오버나이트(하룻밤) 금리는 10배 넘게 치솟아, 2001년 터키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긴급 통화 수축성 조처의 결과로 외국자본의 리라 자산 매각에 제동이 걸렸고, 이틀 만에 리라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수준을 회복했다.
선거에 앞서 불안감을 느끼고 리라 자산을 던지려던 외국자본이 터키에 갇힌 형국이다.
지난해 리라 폭락사태를 겪은 터키 당국이 도입한 각종 규제가 일단 시장의 패닉을 막는 효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따른다.
런던 소재 매뉼라이프 애셋 매니지먼트의 리처드 시걸 신흥시장 애널리스트는 "상황이 통제불능으로 빠지게 터키 당국이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작년 여름 리라 폭락사태의 학습 효과"라고 말했다.
반면 런던 소재 투자은행 TD시큐리티스의 신흥시장 수석연구원 크리스천 마지오는 터키 당국의 J.P. 모건 수사 등을 지적하며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안정효과가 장기적이려면 터키 경제와 통화 정책에 관한 신뢰가 유지돼야 한다.
작년 금리 인상 후 외국 자본의 리라 자산에 대한 선호가 이어졌지만 선거 국면에서 일부 투자자가 '매수포지션' 포기 쪽으로 선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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