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첫 軍행보 주목
정세 악화 자제하면서도 흐트러진 내부 기강 확립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첫 군과 관련된 행보에 나서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5∼26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중대장·정치지도원대회에 참석해 직접 개회사와 폐회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앞서 지난 10일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찾아 투표한 이후 보름 만에 공개활동이다.
대의원 선거는 이미 지난 1월부터 예고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김정은 위원장이 첫 공개활동으로 군을 선택한 셈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북미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으면서도 미국의 빅딜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부적으로는 한반도 정세 변화 속에서 이완된 사회 기강을 세우고 결속을 다지는 방향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마무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외정책에서 하노이 회담의 결렬에도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강경 도발의 급격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대장·정치지도원 회의에 참석해 직접 개회사와 폐회사를 하며 군의 사기를 올리고 '조국 보위'라는 군의 일반적 역할을 강조했지만,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은 없었다.
지난해 11월 북미 협상의 소강 국면에서 그가 새로 개발한 '신형 첨단전술 무기 시험'을 참관한 데 비해서도 훨씬 유연한 모습이다,
도발적인 행위로 미국을 자극하거나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지는 않겠지만, 비핵화 이전에는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며 빅딜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소심한 대응'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들이 대미 비난을 자제하고 대외선전 매체들이 남측의 한미공조에 초점을 맞춰 비난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최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근무 인원의 전원 철수 조치 역시 내부 사정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제사회의 파장을 의식한 듯 사흘 만에 신속히 복귀하며 정세 악화를 원하지 않는 모습도 드러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연일 경제 노선의 지속을 강조하면서도 "외세의존은 예속의 길, 망국의 길"이라며 자력갱생과 자강력으로 부강한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도별 경쟁체제로 경제난 해소를 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달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에 앞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전원회의나 정치국 회의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개회사에서 '핵·경제병진' 대신 '경제발전 총력집중' 노선을 선언한 '당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 정신'을 언급한 데서도 경제 노선의 지속 이행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는 군의 말단 전투단위인 중대를 이끄는 중대장·정치지도원대회를 통해 군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스르고 기강확립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2017년까지만 해도 극단으로 치닫던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지난 한 해 급격히 완화되면서 군 전반에도 스며든 사상 이완과 해의에 경종을 울리며 내부적으로 긴장의 고삐를 다시 조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과 수차례의 남북 및 북·중 정상회담으로 북한 내부에서는 외부 투자에 따른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던 반면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에 따른 대북제재의 지속으로 실망이 교차하는 등 어수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대장·정치지도원대회까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대응 모습을 보면 미국에 결코 자신들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지만 먼저 판을 깨지도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읽힌다"며 "대신 내부에서는 미국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경제난을 극복하고 주민생활을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적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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