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 '의향투표'가 브렉시트 난국 돌파구 마련할까
내일 다양한 브렉시트 대안 놓고 자유투표 전망
과반 미달 가능성·정부 구속력 없는 점이 변수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브렉시트(Brexit)를 코앞에 둔 영국 하원이 결국 정부 합의안의 대안을 찾기로 했다.
승인투표에서 잇따라 부결된 기존 합의안 대신 의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안을 스스로 찾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도가 영국 정치권의 분열을 수습하고 해법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하원은 전날 열린 브렉시트 관련 표결에서 보수당 올리버 레트윈 경이 제출한 수정안을 찬성 329표, 반대 302표로 27표차 가결했다.
이 안은 이른바 '의향투표'(indicative vote)를 실시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의향투표란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제안된 여러 옵션에 대해 투표하는 것이다.
수정안은 구체적으로 정부가 아닌 의회에 오는 27일 의사일정 주도권을 부여, 토론을 벌인 뒤 의향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BBC는 브렉시트와 관련한 용어집에 의향투표가 새롭게 추가됐다며, 이를 통해 정치적 교착상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다만 레트윈 수정안은 의향투표의 구체적인 방식 등에 관한 사항은 담지 않아 실제 어떤 식으로 투표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의향투표 자체가 생소한 용어인 만큼 이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대안으로 제시된 모든 옵션에 대해 하원이 순차적으로 표결한 뒤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는 표결 상정 순서가 매우 중요해진다.
브렉시트 관련 옵션이 차례차례 부결될 경우 의원들이 뒤로 갈수록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모든 옵션에 대해 한 번에 투표하고 동시에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여러 옵션에 대한 선호순위를 매긴 뒤 이를 집계해 가장 덜 선호하는 방식부터 하나씩 제거, 과반을 점하는 선택지를 찾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현재 의향투표 대상으로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외에 EU 관세동맹 잔류,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 모두 잔류, 캐나다 모델 무역협정 체결, '노 딜'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브렉시트 철회 등 7가지 방안이 주로 거론된다.
통상 하원의원들은 각종 표결 시 당론에 따라 투표한다. 당론을 어길 경우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향투표의 경우 말 그대로 의회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유투표가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의향투표 방식에 따라 과반을 확보하는 안이 하나도 나오지 않거나, 한 개 이상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영국 의회는 지난 2003년 상원 개혁 방안을 놓고 7가지 옵션에 대해 의향투표를 실시했지만, 어떤 옵션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의향투표에서 의회 과반을 확보하는 안이 선택되더라도 이것이 정부를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 경우 브렉시트를 둘러싼 교착상태는 해결되지 못할 수도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미 의향투표의 결정에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의향투표에서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 노르웨이 플러스 모델 등을 대안으로 선택할 경우에는 브렉시트 시기를 장기연기해야 할 수도 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주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점을 오는 6월 말까지 3개월 연기할 것을 EU에 요청했다.
EU는 그러나 이번 주까지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승인할 경우 유럽의회 선거 직전인 5월 22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하기로 수정 승인했다.
만약 합의안이 부결되면 4월 12일까지 영국이 '노 딜' 브렉시트를 선택하거나,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 뒤 브렉시트를 '장기 연기'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