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규제 공동대처? 호주 극우정당, 美총기협회 접촉
"호주 총기법 완화 위해 2천만 달러 지원받으려 해"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호주 극우정당의 주요 인사들이 호주의 총기법을 완화하고자 미국의 총기 옹호단체 겸 최대 로비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로부터 거액의 자금지원을 받으려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같은 폭로는 최근 뉴질랜드의 총기 테러로 50명이 사망한 이후에 나와 총기법 완화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데다 이 극우정당이 외국으로부터의 정치헌금 수수 금지를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이 25일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의 한 기자는 풀뿌리 총기 옹호 활동가로 위장, 호주 극우정당 '원 네이션'(One Nation)이 미국 단체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는 노력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원 네이션'당의 호주 퀸즐랜드주(州) 지도자로 주 장관을 지낸 스티브 딕슨, 당 대표 비서실장인 제임스 애슈비는 지난해 9월 NRA 인사 등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게 됐고, 위장한 기자도 동행했다. 당 대표인 폴린 핸슨은 빠졌다.
알자지라가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애슈비는 자신이 NRA 측과 접촉하려는 것은 호주 내 지지자 규합을 위해 NRA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슈비는 또 "그들의 소프트웨어를 얻고 싶으며, 자금지원마저 받는다면 훨씬 좋다"며 오는 5월 예정된 총선에서도 더 많은 의석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애슈비는 구체적으로 2천만 달러(226억 원)의 지원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애슈비와 딕슨은 NRA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자금지원, 총기법, 상호 의사소통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대규모 총기 사건 발생 시 반대파 설득 방안 등 대응방법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NRA로부터 자금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이 성공적이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원 내이션' 인사들의 이같은 행보는 올해 1월부터 외국인 정치헌금 금지법이 발효됨으로써 문제의 소지도 있다.
알자지라의 폭로가 나온 뒤 '원 내이션'당 측은 성명을 통해 위장한 알자지라 기자의 초청 형식으로 NRA 및 미국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면서 알자지라 측의 취재 행태를 비난했다.
원 내이션 당은 또 이번 사례가 호주 정치에 대한 외국의 간섭이 되는지를 알아보고자 호주 연방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호주에서는 1996년 태즈메이니아의 유명 휴양지인 포트 아서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35명이 숨진 뒤 엄격한 총기 규제법이 제정됐고, 이후로는 5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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