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추모식 참석 일본인들 "동양평화론 주창한 위대한 인물"
냉랭한 한일관계에도 일본인 20여명 안중근 의사 추모하러 방한
"미래 내다보는 능력 갖춘 인물…동양평화론은 지금도 통해"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태균 기자 =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와중에도 26일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09주기 추모식에 일본인 20여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스가와라 토시노부(菅原敏允·86) 미야기(宮城)현 구리하라(栗原)시 국제교류협회 회장과 스즈키 히토시(鈴木仁·66) 전 요코하마(橫浜) 시립중학교 교사는 각각 2002년, 1994년부터 매년 안 의사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스가와라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 의사에 대해 "동양평화론을 주창한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스가와라 회장은 뤼순 감옥에서 안 의사와 인연을 맺은 일본 헌병 지바 도시치 씨의 고향인 구리하라시에 살고 있다. 그는 5년 동안 일본인 500여명에게서 성금을 모아 구리하라시에 안중근 의사와 지바 도시치의 이름을 새긴 추모비를 건립했다.
스가와라 회장은 "지바 도시치는 중국 뤼순 감옥에서 매일 안중근을 감시하다가 안 의사가 훌륭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안 의사는 돌아가실 때 '나는 한국의 군인이기 때문에 한국을 위해 죽지만, 지바 당신은 일본의 헌병이니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말했다. 이런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평화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선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혹은 '범죄자'로 인식되나, 역사를 깊게 공부한 사람은 안 의사는 (테러리스트라는 개념을) 넘어선 인물임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와 언어, 관습이 다르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지 않으면 국제교류는 불가능하다"며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평화는 찾아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가와라 회장은 악화하는 한일관계와 관련 "조금 싫은 소리를 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한일관계가) 굉장히 이상해졌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모든 것이 부정됐다"며 "그래도 일본인은 한국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대립만 하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며 "안중근이라는 사람도 일본인이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힘들 수도 있지만,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스즈키 씨는 이날 안중근 의사 추모식에서 김황식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요코하마 시립중학교 교사였던 스즈키 씨는 자신이 재직했던 학교 등에서의 수업을 통해 일본 내에서 '암살자' 또는 '테러리스트'로 인식되는 안 의사를 올바로 알리는 노력을 해왔다.
일본 학생들에게는 물론, 매년 전북 전주 근영중학교를 찾아 한국 학생들에게도 안 의사를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스즈키 씨는 안 의사에 대해 "미래를 내다보는 훌륭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현재도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100여년 전에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볼 때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있는 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역사교과서에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한 사람'이라고 한줄로만 기록돼 있다"며 "나는 여러 교재와 자료를 가지고 수업을 했는데 역시 테러리스트 혹은 암살자로 받아들이는 학생도 있었지만, 수업을 들은 후 안중근 의사가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겼다고 이해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내에선 안중근 의사 추모식 참석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나라를 생각해 행동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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